자살은 질병이다. 재발하고 전염된다. 우리나라는 연간 4만명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온다. 그중 약 8000명이 퇴원 후 다시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고통과 절망은 가족과 친지에게 옮겨간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심리부검 결과 자살 사망자의 28%는 먼저 자살했거나 시도한 가족이 있었다. 이 치명적인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우리는 자살률 세계 1위란 슬픈 타이틀을 얻었다.
자살의 재발은 막을 수 있다. 덴마크는 2000년대 자살 시도자 관리를 통해 34%이던 재시도율을 14%로 줄였다. 국내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복지부는 2013년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시작했다. 참여한 27개 병원 응급실에는 지난해까지 자살 시도자 1만3643명이 실려 왔다. 그중 사후관리에 동의해 상담과 지원을 받은 6159명의 재시도율과 사망률은 거부한 이들의 절반을 밑돌았다.
서울에선 자살이 가장 많던 관악구가 이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관악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사들은 아침부터 아예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출근해 밤새 들어온 자살 시도자를 만났다. 사후관리 프로그램에 등록시키고 정신과 치료나 복지 서비스를 연결해주며 꾸준히 상담한 결과 자살률이 크게 줄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자살 시도자가 마음을 가장 잘 여는 시간이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라고 말한다.
이 사업은 더 확대돼야 한다. 전국 대다수 응급실이 참여토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서야 할 것은 지방자치단체다. 각종 의료·복지 서비스와 연계돼야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후관리 동의율(현재 47%)도 높일 수 있다.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이 사업은 ‘관심’을 처방한다. 사후관리에 응한 80대 자살 시도자는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의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이것을 알아채는 주변의 작은 관심, 자살의 예방백신이기도 하다.
[사설] 자살이란 질병의 치료와 예방법은 ‘관심’이다
입력 2016-05-03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