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4월)’상을 수상한 트레버 스토리(23·콜로라도 로키스)는 고교시절부터 뛰어난 운동신경과 다재다능함으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텍사스주 어빙고등학교 재학 시절엔 미식축구부 쿼터백을 맡았고, 동시에 야구부에서 투수와 유격수를 오갔다. 최고 구속 96마일(154㎞)의 강속구를 던질 정도로 강한 어깨를 자랑했다.
스토리는 고교 2학년 때 야구에 전념하고자 미식축구를 그만뒀다. 야구 포지션도 투수가 아닌 유격수에 집중했다. 스토리는 루이지애나주립대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2011년 MLB 드래프트 1라운드 15순위로 콜로라도에 지명되자, 그대로 프로로 뛰어들었다. 마이너리그 537경기에 출전해 70홈런을 기록하며 종횡무진했지만, 콜로라도에는 유격수 자리가 없었다. 현역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혔던 트로이 툴로위츠키 때문이었다. 2013년에는 MLB닷컴이 선정한 유망주 100명에 99위로 턱걸이를 했다. 전도유망한 유격수로 꼽히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스토리는 그저 유망주에 불과했다.
작년 시즌 초 툴로위츠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됐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잠시 메이저리그 승격을 꿈꾸며 흥분했던 스토리는 곧 실망했다. 툴로위츠키 대신 마이애미에서 영입된 호세 레이예스가 유격수를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레이예스가 가정폭력 문제로 구단 자체 징계로 출장정지 조치를 당하자, 드디어 스토리에게 기회가 왔다. 드래프트된 지 5년 만이었다. 역시 구단은 그에게 ‘좋은 수비’를 바랬을 뿐 ‘강력한 타격’을 원하진 않았다. 빅리그 1년차 신인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구단은 없는 법이다.
그런데 스토리는 진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정규시즌 첫 게임부터 홈런포를 유감없이 뽐낸 것. 지난달 5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32)를 상대로 백투백 홈런을 때리며 데뷔전을 장식하더니 개막 6경기에서 7홈런을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22경기서 10홈런을 때려 현재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스토리가 갈아 치운 ‘히스토리’는 또 있다.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가 지난 2001년 신인시절 4월 한 달 동안 세웠던 8홈런 기록을 넘어섰고, 2014년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4월 한 달 동안 17개의 장타를 뽑아냈다. 스토리가 쓴 10홈런-17장타 기록은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 조이 보토(신시내티), 애덤 존스(볼티모어)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작성하지 못했다.
이제 스토리는 ‘만년 유망주’에서 벗어나 ‘슈퍼 루키’라는 수식어와 함께 리그 신인왕을 향해 질주하게 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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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3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