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58호) 보존책으로 강행했던 ‘이동식 투명댐’(가변형 임시 물막이)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3년의 시간과 세금만 낭비하며 헛수고만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처음에 제시됐던 ‘생태제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 설치 중단 시 기존 생태 제방안을 고려하는 등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3일 밝혔다. 생태제방안은 암각화 전방 80m 지점에 440m 길이의 차수벽(생태제방)을 쌓아 암각화를 물에 잠기지 않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상황은 임시 물막이 모형실험이 두 차례 걸쳐 진행했으나 물막이 투명판을 잇는 접합부에서 일어나는 누수현상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해 실패했기 때문이다. 3차 실험도 예정돼 있지만 물막이 제안자인 포스코 A&C 측이 이미 무단으로 모형을 해체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마지막 실험은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시는 포스코 A&C 등에 업체 모형 무단해체 경위서 제출 및 원상복구 조치하는 한편 나머지 검증 실험을 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경위서와 실험계획서를 제출토록 통보했다.
물막이는 2013년 문화재청과 문화관광체육부, 국무조정실 등이 설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으로 채택됐다. 물막이 안은 ‘생태제방안’을 고수했던 시와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잠기지 않게 하는 ‘수위조절론’을 내세웠던 문화재청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제시된 대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공법이 기술적인 안정성이 아직 입증된 바 없는 등 ‘공학적으로 불가능한 발상’이라고 비판해왔다. 암각화 벽에 구멍을 뚫고 볼트를 박지 않는 한 물을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시 물막이안에는 총 2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돈은 실제 물막이의 10분의 1 규모인 실내 모형 제작과 실험, 3분의 1 크기인 실외 통합검증모형 제작에 사용됐다. 총 사업비 104억원 중 3분의 1에 육박하는 예산이다.
현재 반구대 암각화의 풍화는 2009년에 이미 ‘흙상태 진입 직전’인 5단계에 접어들었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생태제방안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문화재청과 협의해 보존 방안을 다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검증결과보고서를 문화재위원회에 공식안건으로 상정해 늦어도 이달 안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 28억 헛돈 썼다
입력 2016-05-03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