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예능이 범람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막강한 소재였던 ‘음악’은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음악 예능은 거의 일주일 내내 TV에 나온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JTBC·화요일 방송), ‘신의 목소리’(SBS·수), ‘듀엣 가요제’(MBC)와 ‘노래의 탄생’(tvN·이상 금), ‘불후의 명곡’(KBS·토), ‘복면가왕’(MBC)과 ‘판타스틱 듀오’(SBS·이상 일)가 현재 방송 중인 음악예능이다.
아직도 남았다. 힙합 오디션 프로인 ‘쇼 미 더 머니5’가 오는 1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시즌제로 방송되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3’(이상 Mnet)는 7월 방송 예정이고, ‘히든싱어’(JTBC)도 그동안 높은 인기에 힘입어 5번째 시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음악 예능이 넘쳐나는 것은 뒤처지지 않는 ‘인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된 ‘노래의 탄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4∼13%의 괜찮은 시청률 성적표를 받고 있다. 주요 방송 장면은 온라인, 모바일에서 수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된다.
◇소재는 같아도 스타일은 다르다=음악 예능의 공통점은 ‘노래’라는 필승카드를 들고 있다는 데 있다. 흥이 많은 한국인에게 노래는 언제나 환영받는 소재다. 그렇다고 다 똑같이 만들어내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음악이라는 소재를 놓고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
음악예능 가운데 14% 안팎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복면가왕’은 미스터리 요소를 덧댔다. 사실 가왕에 오른 이들은 추측이 가능하고, 시청자들의 추리는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사상 최장인 7연승에 성공한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누구인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가왕에 올랐던 김연우도 그랬고, 거미도 그랬다. 하지만 복면을 벗을 때 직접 확인하는 묘미가 있다. 의외의 인물이 복면을 쓰고 도전한 것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불후의 명곡’은 고전적인 경연 방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추억’과 ‘명곡’이라는 양념을 더했다. 추억의 명곡과 명곡의 재탄생이라는 콘셉트는 3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꾸준히 어필하고 있다.
‘추억’으로 또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 낸 프로는 ‘슈가맨’이다. 한 시절을 풍미했지만 사라진 가수 슈가맨을 찾아내고, 요즘 인기 있는 가수가 선배들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부른다. 추억의 노래를 소환해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식이다.
새로운 트렌드는 일반인과 함께하는 방식이다. ‘히든싱어’와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일반인을 등장시키면서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변주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듀엣가요제’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모두 일반인이 출연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듀엣가요제’는 가창력에 집착하는 대신 하모니를 택했다. 일반인 도전자의 사연과 그들이 꿈꾸는 무대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판타스틱 듀오’는 가수와 팬이 함께 꾸미는 무대 간의 경연이다. 가수와 팬이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를 더한다. ‘신의 목소리’는 절대 강자와 숨은 고수의 대결에 방점을 찍었다.
‘노래의 탄생’은 짧은 시간 안에 한 곡의 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음악 예능의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스타일은 달라도 나오는 스타가 같다=음악 예능에는 ‘노래’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출연하는 스타들이다. 방송마다 스타일에 차별점을 두려고 해도 출연진이 겹치면서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게 음악예능의 한계다.
박정현, 김연우, 김범수, 윤도현, 거미, 하현우, 백지영, 케이윌 등은 음악 예능의 단골 출연자다. 이선희, 이승철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하면서 음악예능에서 익숙한 인물이 됐다. 솔지, 산들, 정은지, 에일리 등 아이돌 가수들도 음악예능에 자주 얼굴을 내비친다.
이는 노래 잘 하는 가수의 풀이 좁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복면가왕’이 색다른 실력자들을 보여준다지만 가왕만큼은 예상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식상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한 예능 PD는 “사실 몇몇 출연진을 완전히 배제하고 음악예능에서 가창력을 논할 수는 없다. 방송마다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출연진 겹치기만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넘쳐나는 음악예능 반응도 다양… ‘그래도’ vs ‘이제는’
입력 2016-05-03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