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이름난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 스승 밑에는 언제나 많은 제자들이 모여 가르침을 받고자 귀 기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보고 한 제자가 말했습니다. “저것 봐. 나뭇가지가 움직이고 있군.” 이 말에 옆에 있던 다른 제자가 “어허, 무슨 소린가. 저건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게 아니고 바람이 움직이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자기가 옳다고 입씨름을 하자 주위에 있던 다른 제자들도 한 마디씩 참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뭇가지가 움직인다, 바람이 움직인다며 급기야 격렬한 논쟁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스승이 그들 앞에 나서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라네.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자네들의 마음일세.”
우리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우리 죄를 대신 지고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공로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됐습니다. 오늘의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알력과 갈등입니다. 알력은 ‘수레가 삐걱거린다’는 뜻으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사이가 좋지 않고 자주 다투는 것을 말합니다. 갈등은 서로의 견해가 칡넝쿨이나 등나무같이 복잡하게 얽혀 충돌하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 교인과 교역자 사이, 교인과 교인 간에도 알력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 넓게는 노사 간에, 가난한 자와 부자, 지역 간에, 자유주의나 사회주의와 같은 이념, 인종과 국가, 종교들 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관용하고 용납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는 일치와 화해를 말하지만 작은 포기와 양보에도 서툴기만 한 우리들입니다. 자신과 같지 않으면 용납할 수 없는 마음이 우리들에게 있습니다. 이 좁은 땅에서 뭉쳐도 잘 살 수 있을까 말까인데 ‘호남’ ‘영남’ 하면서 편을 가릅니다. 다 같이 교회를 사랑해서 말하는 것인데 다른 쪽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자기편에 붙으라고 줄서기를 강요합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요구합니다. 거절당하면 분노를 표출합니다.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몰아붙여 매도하고 제거한 역사가 당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는 건강한 비판의식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획일적인 사고만 존재할 뿐입니다.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들입니다. 아니 서로 달라야 합니다. 그래야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똑같은 얼굴이 없듯 우리들의 삶의 양식도 같을 수 없습니다. 한목소리만 내는 집단은 무서운 집단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는 모두 다른 소리들의 화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만으로 기분 나빠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질을 놓치고 시시한 것들에 목숨 걸고 흔들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나뭇가지도 아닌 우리의 마음입니다.
엄용식 목사 (경남 함양군 옥동교회)
◇약력=△1954년 경기도 평택 출생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졸업 △현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농어촌선교회장, 농어촌목회학교 교장
[오늘의 설교] 움직이는 것은 우리의 마음
입력 2016-05-03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