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2심 재판장이었던 현직 부장판사 사표 제출

입력 2016-05-03 00:05
‘상습 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L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정 대표의 ‘재판 로비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현직 판사가 사표를 제출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태의 사실관계가 규명될 때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일 L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해 대법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L부장판사는 법원을 통해 “어떠한 비위행위도 한 사실이 없다. 일부 언론 보도로 사법 신뢰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해 책임감을 느낀다. 더 이상 법관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법원 측은 “L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보류한 상태”라며 “사실관계 확인 등 관련 절차를 거친 후 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L부장판사는 정 대표 사건이 항소심에 배당된 지난해 12월 29일 정 대표 지인인 법조 브로커 이모(56)씨와 서울 강남의 한 일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씨가 정 대표 사건 얘기를 꺼낸 사실이 알려지며 ‘구명 청탁’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사기 전과가 있는 골프강사 정모(64)씨와 지난해 11월 미국 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나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을 받았다.

L부장판사는 “이씨와의 저녁식사 다음날 정 대표 사건이 배당된 것을 알고 바로 회피 신청을 했다. 이씨가 브로커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미국 여행에 대해서도 “단순 여행이었고 골프나 도박은 하지 않았다. 왕복 항공권도 자비로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엔 형사합의부에서 약식명령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단독재판부로 업무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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