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스트 바 함라헤 쿱(Dust Va Hamrahe Khub·친구이자 좋은 동반자).”
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이란 관계를 ‘친구이자 좋은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수교 이후 54년 만의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우호관계를 이어가자는 차원에서 사용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저는 이번 방문이 앞으로 양국 관계를 활짝 열어나가기 위한 뜻깊은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두 나라가 평화와 번영을 향한 여정에서 서로 도우며 함께 전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은 사전환담을 포함해 2시간20분간 진행됐다.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보다 47분 늦게 시작했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 전 의자에 앉아 협정 서명식을 옆에서 지켜봤다. 한 참석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뒷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좋다는 이슬람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견에선 박 대통령 마이크가 잘 나오지 않자 로하니 대통령이 자신의 마이크를 건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양국 문화·교류 차원에서 열린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을 관람했다. 테헤란 시내 밀라드 타워에서 열린 공연에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이란국립오케스트라가 한국의 ‘아리랑연곡’과 이란의 ‘이븐시나’를 협연했다. 고대 페르시아 훈련법을 스포츠화한 이란 전통무술인 ‘주르카네이’와 태권도 공연도 펼쳐졌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식, 한복, 한지와 한방의료 등 우리 전통문화를 전시·체험하는 ‘K-컬처 전시’도 참관했다. K-컬처 전시에는 백김치 등 김치 10종, 잡채, 밀쌈, 미트볼 강정, 석류음료 시식코너가 마련됐다. 이란에선 2000년대 중반 시청률 80∼90%대로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 ‘주몽’ ‘대장금’ 방영 이후 한국의 전통한복과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테헤란 시내에선 ‘한국문화주간’도 개최됐다. 드라마 ‘장영실’ ‘옥중화’ ‘육룡이 나르샤’ 등 사극 시연회는 물론 한국미술 및 한국도자기 역사를 보여주는 달항아리 전시회가 열린 것. 이번 문화행사에 대한 이란 국민의 반응이 뜨거워 관람신청은 하루 만에 마감됐다.
한·이란 수교 기간은 54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양국 교류의 역사는 1200년 전 신라와 페르시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 고대 구전서사시 ‘쿠쉬나메’에는 7세기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이 신라로 망명해 신라 공주 ‘파라랑’과 결혼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양국 문화 교류의 토대는 이미 마련된 셈이다.
이란 현지 언론도 박 대통령의 방문을 집중 조명했다. 이란 언론들은 박 대통령 방문 및 예상 경제성과 등을 전하면서 “200억 달러의 방문” “사드아바드궁(대통령궁)의 특별손님” “양국 관계의 새로운 창을 열었다” 등의 표현을 썼다.
테헤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관련기사 보기]
朴 대통령 “이란, 친구이자 좋은 동반자… 함께 전진을”
입력 2016-05-03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