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출시 15년 만에… 옥시, 늑장 사과

입력 2016-05-02 18:23
아타 울라시드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과는 사건 발생 5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보상기금을 증액하지 않고, 제품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는 등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영희 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사건 발생 이후 처음 공식 사과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제품을 내놓은 지 15년 만이다.

옥시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사과와 보상안을 발표했다.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본 모든 분과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 드린다”며 “오는 7월까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피해자 보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프달 대표가 사건 이후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옥시 측은 정부 조사 결과 1, 2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 중 자사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직접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또 2014년에 출연한 50억원의 인도적 기금 외에 지난달 20일 추가 출연키로 한 50억원 등 100억원의 기금을 통해 1, 2등급 외 등급 피해자들에게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샤프달 대표는 한국법인 대표여서 영국 본사가 직접 사과와 보상안을 내놓은 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샤프달 대표는 “영국 본사 최고경영자(CEO)가 자신도 미안하다면서 대신 사과를 해 달라고 요청했고, 본사에서 오늘 발표하는 모든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이 파악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사망자 94명을 포함해 221명이다. 이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사망자 70명 등 177명으로 알려졌다. 제조·유통업체 중 가장 많은 피해자를 냈다. 현재 1000여명을 대상으로 3차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피해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영국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CEO) 라케쉬 카푸어 등 이사진 8명에 대해 살인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영국 본사가 아무런 안전 점검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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