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초대형 일감’ 가뭄속 단비… 실제 수주까지는 험난
입력 2016-05-02 18:32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국내 업체의 현지 진출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번 방문 기간 중 건설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은 현지 인프라 건설, 가스 정제시설 수주를 위한 가계약 및 양해각서 등을 체결할 예정이다. 반면 수주 산업의 경우 본 계약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먼 만큼 섣불리 성과로 속단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한·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30건으로 금액으로는 370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중 건설사 및 정유사의 참여가 필요한 석유·가스·석유화학 등이 178억 달러로 가장 크고 이어 철도·도로·물관리(116억2000만 달러), 발전(58억 달러) 순이다.
이 가운데 대림산업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스파한∼아와즈 철도건설 사업의 가계약을 체결한다. 541㎞ 구간의 철도 노반 건설 및 차량 공급을 하는 해당 프로젝트는 사업 규모가 53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또 1000㎿의 수력발전과 콘크리트 아치댐을 건설하는 박티아리 수력발전 프로젝트 가계약도 함께 체결할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두 프로젝트 모두 설계, 조달, 시공을 함께 하는 EPC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바흐만 정유시설과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3공구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MOU)에 사인한다. 이란 남부 반다르 자스크 지역에 초중유 생산 정유시설을 건설하는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20억 달러에 이른다. 쇼말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테헤란과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모두 4공구로 사업이 분할돼 있다. 전체 132㎞ 구간 중 1, 2공구는 중국 업체가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한전과 공동으로 이란 화력발전지주회사(TPPH)와 5억 달러 규모의 네이자르 가스복합발전 사업개발 업무협력 합의각서(HOA)도 맺었다.
이란은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국가로 관련 시설 역시 줄줄이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36억 달러에 이르는 사우스파 12단계 확장 사업의 기본협정(FA)을 체결할 계획이다. 한전과 함께 5억 달러 규모의 잔잔 가스복합 발전소 HOA를 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수주절벽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 역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정유운반선 10척 등 모두 12억 달러에 이르는 선박 수주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달 29일 조회공시를 통해 이란 발주처와 해양플랜트 제반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KT는 이란 최대 유무선 통신사업자인 TCI와 통신망 구축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순방 기간 중 발표한 실적이 본 계약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수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조달 문제 등 협의해야 할 조건이 여전히 남아 있고, 해외 업체들과의 수주경쟁 역시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