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일 발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전수조사 결과는 ‘불공정 입시를 확인했지만 처벌할 수는 없다’로 요약된다. 대법관, 검사장, 시장, 법무법인 대표, 로스쿨 원장 등 ‘금수저’ 자녀들의 불공정 입학 사례를 대거 확보했지만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도 않았고, 부모 신상정보도 철저히 가렸다.
교육부는 이런 판단을 법무법인(로펌)에 떠넘겼다. 그러면서도 어느 로펌에서 자문을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 세금으로 거액의 자문료를 로펌에 냈지만 법률 자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로펌과의 약속’이 비공개 이유였다. 교육부가 ‘현대판 음서제’ 의혹을 실제로 확인하고도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로스쿨 비호 나선 교육부=교육부가 로스쿨과 불공정 입학 의심자들을 비호하는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단 최근 3년치만 조사했다. 2009년 시작된 로스쿨 도입 초기 입시가 훨씬 혼탁했다는 것이 법조계·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다른 입학전형 요소는 살펴보지 않고 자기소개서만 검토했다. 법학적성시험(리트·LEET)과 어학성적, 학점이 합격권이 아니지만 면접평가 등에서 점수가 뒤집힌 경우는 확인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만 검토한 뒤 “자기소개서와 합격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면죄부를 준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로펌의) 법적 판단이 부정행위로 간주돼 입학 취소가 가능했다면 감사나 수사의뢰가 가능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입학 취소 여부를 판단하려면 자기소개서와 합격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우선이다.
게다가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등이 밝힌 것처럼 로스쿨 입시철이 되면 합격을 청탁하는 전화로 로스쿨들은 몸살을 앓는다. 면접관들은 대부분 법조인이거나 법학자들로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다. 이미 경북대에서는 면접 평가에서 면접관이 지원자의 아버지 이름을 물어본 경우가 확인됐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는 대구 지역에서 유명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였다.
교육부가 수사기관은 아니다. 교육부가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것이 수순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대학 등을 감사한 뒤 비리가 의심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 왔다. 이번만은 예외였다. 교육부가 고위층 자녀들 사례를 확인하자 온정적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판단은 대형 로펌에, 책임은 대학에=교육부가 밝힌 불공정 의혹 사례는 24건이다. 대부분 고위층 자녀들이다. 특히 법조인 자녀가 14명으로 가장 많다. 교육부는 대법관, 검사장, 지방법원장 등이 있다는 점만 공개하고 이들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비공개로 일관했다. 앞서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로스쿨 폐지론이 불거질 수 있어 발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의 이날 발표 내용은 이러한 발표 수위 조절을 확인한 셈이다.
교육부는 정보공개 수위도 대형 로펌에 판단을 맡겼다. 교육부 측은 “부정행위 소지가 있지만 합격 취소는 어렵다는 게 로펌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부모 등의 신상을 적지 못하도록 했지만 기재한 학생 8명만 부정행위로 판정했다. 나머지 16명은 학교가 이를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모 신상 공개는 공무원 공채 시험이나 대학입시, 고교 입시에서조차 ‘부정행위’로 간주되고 있는 사안이다. 교육부가 사회 통념에 역행하는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또한 로스쿨 책임을 강조했다. “로스쿨이 해당 학생들을 탈락시켜야 했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로스쿨 입시가 이렇게 곪은 것은 교육부의 ‘직무유기’도 큰 몫을 했다는 게 법조계·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육부는 2009년 로스쿨 개원 이래 한 번도 감사를 하지 않고 대학 자율에 입학 관리를 맡겨놨다. 그렇다고 로스쿨들을 강하게 처벌하지도 않았다. 기관경고 등이 고작이었다. 김한규 서울변회장은 “교육부가 로스쿨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처벌은 약하게 하는 일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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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2 17:52 수정 2016-05-02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