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목소리가 있다면 안드레아 보첼리(58·사진)와 같지 않았을까. 팝스타 셀린 디온이 한 이 말은 보첼리를 설명해주는 짧고도 정확한 한마디가 됐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 보첼리의 목소리에 실린 영화음악이 공연장을 울리며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보첼리의 내한공연 ‘시네마 월드 투어’가 열린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 9000여명의 팬들이 모여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테너를 기다렸다. 합창단 마에스타 콰이어가 폰키엘라의 오페라 ‘라 조콘다’의 ‘축제와 떡’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턱시도 차림으로 나타난 보첼리가 마이어베어의 오페라 ‘아프리카의 여인’ 중 ‘오! 파라다이스’를 선사했다.
1부는 오페라 갈라쇼로 꾸며졌다.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 등을 부르며 관객을 열광케 했다. 특히 ‘라 보엠’을 부를 땐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서 젊은 시절 그가 출연한 ‘라 보엠’ 장면이 펼쳐지면서 감동을 더했다.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의 2중창 ‘그대에게 좀 더 가까이’,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는 멕시코 출신 소프라노 마리아 카트사라바와 함께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완벽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2부는 영화음악의 향연으로 이어졌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대부’의 ‘태양은 불타고’,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문 리버’ 등 명곡들이 보첼리의 감성 넘치고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재탄생됐다. 왜 그의 목소리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앙코르 무대는 6년을 기다린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삽입곡 ‘넬리 투 마니’와 보첼리를 스타로 만들어준 명곡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이어 불렀다.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체조경기장이 클래식 공연장이 아니다보니 음향시설이 음악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악기 연주가 날카롭게 들려 몰입을 방해했다. 보첼리가 부르는 곡들을 마이크를 통해 듣는 것도 못내 아쉬운 대목이었다.문수정 기자
[공연 리뷰-안드레아 보첼리] ‘그대의 찬 손’으로 시작된 열기, 영화음악 릴레이 타고 절정으로
입력 2016-05-02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