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사했던 지난 1일, 서울 남대문시장 수입상가 입구에 노란색 컨테이너가 놓였다. 지나가는 이들은 모두 ‘뭘 하는 곳이지’라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오전 11시,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3명이 나타나더니 노란색 컨테이너의 문을 열어젖혔다. 이들은 홍등을 달고 판다, 백호 인형 등으로 컨테이너 안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컨테이너 앞에는 중국 전통복장을 입은 남녀 모습의 등신대가 세워졌다. 사진 속 남녀는 ‘歡迎來自中國的各位旅客(중국에서 온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색 컨테이너 입구에 적힌 ‘관광안내소’라는 문구를 본 관광객들이 여기저기에서 모여들었다. 우리나라를 네 번째 방문한다는 중국 관광객 차오(30)씨는 “남대문과 명동은 상품안내 등이 중국어로 돼있고 종업원도 중국어를 할 줄 알아 여행에 불편함이 없다. 비행기 값도 비싸지 않아 매년 한두 번 올 생각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대문 맛집’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퇴계로 쪽 칼국수 가게에서 줄까지 서서 먹었는데 맛있었다”며 자신 있게 추천했다.
서울시와 한국방문위원회, 서울시관광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8일까지를 ‘2016년 외국인 관광객 봄 시즌 환대주간(Welcome week)’으로 정했다. 남대문, 동대문, 명동, 홍대, 이태원, 종로 등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6곳에 임시 관광안내소를 설치하고 길 안내는 물론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했다. 한국을 많이 찾는 중국·일본·태국 관광객을 위해 각 나라의 날을 정해 안내소를 꾸미고 있다.
이날은 모든 안내소가 ‘중국의 날’을 주제로 잡았다. 다른 나라에서 익숙한 모습을 마주한 중화권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안내소 앞에 놓인 널뛰기, 투호, 제기 등 우리 전통 놀이기구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안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정무(30)씨는 “이용법을 알려주면 함께 온 사람끼리 널을 뛰거나 투호를 던지며 즐기고 기념사진도 찍어간다”고 했다. 이씨는 “블로그에서 남대문시장 골목 안 맛집을 검색한 뒤 안내소에 길을 물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며 “다흰정, 할머니김밥 등을 주로 물어본다”고 말했다.
안내소 앞에서 만난 차오양(30·여)씨는 “한국에 온 첫날에 길을 잃었는데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니 열정적으로 가르쳐줘 무사히 호텔까지 갈 수 있었다. 한국에 중국인들이 많이 놀러 와서 그런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 관광객에겐 종이접기가 인기를 독차지했다. 설명서를 보면서 복주머니와 딱지를 접은 아이들은 완성작을 들고 뿌듯해하며 사진을 찍었다. 태권도, 풍물놀이, 마술쇼 등 길거리 행사를 보며 함박웃음도 지었다. 가족과 함께 왔다는 피아오(43·여)씨는 “한복을 입은 마술사가 보여주는 마술도 흥미롭고, 아이들이 마술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해서 좋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중국의 날’ 안내소 장식한 판다… 중국인들 연신 셔터
입력 2016-05-02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