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 박찬욱 감독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대사가 많고 이채로운 작품”

입력 2016-05-02 21:14

“‘아가씨’는 제가 만든 영화 중 제일 대사가 많고 굉장히 아기자기한 작품입니다.”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아가씨’가 그 베일을 벗었다. 박찬욱(53·사진) 감독은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아가씨’ 제작보고회에서 “전작들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많이 표현됐다면 이 작품에선 멋들어지고 이중적인 의미가 담긴 대사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아가씨’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했다. 박 감독의 각색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930년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하녀(김태리), 후견인(조진웅)을 둘러싼 이야기다.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2013) 이후 내놓는 첫 작품이기에 적잖은 고민이 됐을 법하다. 그럼에도 ‘아가씨’를 선택한 건 원작이 준 확신 때문이었다. 박 감독은 “소설 속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와 충격적인 반전에 매료됐다”며 “제 영화 중 가장 이채로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화려한 출사표를 던진 박 감독은 뚝심 있게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그중에서도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은 그의 인장이 가장 또렷이 새겨져 있다. 독특한 작품관은 그가 국내를 뛰어넘은 세계적 감독으로 발돋움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아가씨’ 역시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6월 개봉을 앞둔 영화는 오는 11∼22일 열리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올드보이’로 57회 심사위원 대상, ‘박쥐’로 62회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박 감독의 세 번째 칸 도전이다.

박 감독은 “솔직히 ‘아가씨’가 경쟁 부문에 초대될 거라 예상하지는 못했다”며 “모호한 구석이 없는 후련한 영화라서 예술영화들이 모이는 칸영화제에 과연 어울릴까 싶다. 현지에서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충무로 대세 배우들에게도 박 감독과의 호흡은 남다른 의미였다. 특히 조진웅은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적인 향기가 있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향기에 저도 취했던 것 같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