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막판까지 안갯속 판세를 보이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처음 치르는 당내 경선이어서 의원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고, 경선 후보들도 득표력을 높이기를 위해 지역·계파를 달리하는 러닝메이트를 팀으로 구성하면서 누구 하나 ‘우위’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45명(비례대표 포함)의 초선과 대표주자 없는 친박(친박근혜)계의 표심, 경선 당일 개혁 의지를 담은 정견발표 등이 변수로 꼽힐 정도다.
정진석 나경원 유기준 후보는 모두 계파정치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총선에서 친박계가 당내 최대 계파로 등극하면서 이들 표심이 당락에 미칠 영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나 후보는 모두 계파색에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정 후보는 정책위의장으로 친박 성향의 김광림 당선인을 내세우면서 표심을 자극했다. 당내 60∼70명에 달하는 친박을 향한 일종의 구애 전략이라는 평가다. 친박 좌장인 최경환 당선인의 ‘자중론’을 거부하며 경선 출사표를 던진 유 후보 역시 이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정 후보는 2일 라디오에 나와 “내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몇 표나 얻을까 스스로 점검해보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지역별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도 “친박계 표심에선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도 “총선 민심을 가슴에 새기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필요한데 (친박) 책임론만 갖고 극복할 수 없지 않으냐”며 “원내대표 선거는 새로운 관점에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친박계가 특정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친박 핵심이 공개적으로 자중론을 언급했을 정도로 당내에선 ‘계파적’ 움직임에 반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당선인들의 몰표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 후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선거결과가 좌지우지돼선 안 된다”며 친박 인사들의 특정후보 물밑 지원설을 견제했다. 러닝메이트인 김재경 당선인도 “(친박이 계속 남아있으면) 우리 당은 망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부터 그런 게 없어졌다는 인식이 들게 해줘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초선들의 표심 역시 관건이다. 17명에 달하는 비례대표 당선인을 포함한 초선 상당수가 친박 색채를 띠는 것으로 분류되지만 당 개혁 의지도 높다는 평가다. 정 후보가 친박 경제통인 김 당선인을 껴안은 게 회심의 카드였다면, 4년간 야인생활을 하며 초선 사이에 인지도가 낮은 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나 후보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이 같은 논란에선 비교적 자유롭다.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박지원 당선인이 추대된 것도 변수다. 노장의 지략가를 카운터파트로 상대해야 하는 만큼 협상력 우위가 원내대표 선출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박 당선인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자신이 협상 파트너로 제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나 후보는 “(박 당선인은)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하고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각을 세웠다. 유 후보는 최고위원,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의정 경험을 강조하며 자신의 대야 협상력을 강조했다.
경선 당일 정견발표는 부동층 선택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이 혁신 경쟁이 되리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계파나 지역 등 구도 싸움으로 흐르면서 당 쇄신 방향이 제대로 강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 중진의원은 “리더십이 붕괴된 상황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표심이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與 원내대표 여전히 ‘안갯속’… 친박·초선 표심이 관건
입력 2016-05-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