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래서야 ‘로스쿨 금수저’ 사라지겠나

입력 2016-05-02 19:36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입시 전수조사 결과는 두 가지 점에서 충격적이다. ‘현대판 음서제’ 논란을 초래한 불공정 입시 행태가 공식 확인됐다. 최근 3년간 합격한 24명이 자기소개서에 부모와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했다. 대법관 검사장 법원장 시장 등 모두 사회지도층이다. 이 중 8명은 그런 걸 적지 말라는 입시요강을 무시하고 버젓이 ‘부모 스펙’을 알렸다. 또 5명은 ‘내가 누구 자녀(조카)’임을 채점관이 모를 수 없도록 특정되게 기재했다.

이런 응시자가 모두 합격할 만큼 로스쿨 입시는 엉망이었다. 로스쿨 25곳 중 18곳(2016학년도)만 부모 신상 기재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10곳(2014학년도)에서 늘어난 것이다. 영남대와 전남대는 아예 응시원서에 보호자의 근무처를 적게 했다. 개인식별정보를 가리고 서류평가를 진행한 건 2곳, 면접시험을 그렇게 한 건 13곳뿐이었다. 자율에 맡겼더니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는 고작 이 정도였다. “아버지 뭐 하시냐” 물어가며 대충 해온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결과에 교육부가 내린 조치다. 상당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어떤 학생도, 어떤 로스쿨도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요약하면 이렇다. ‘로스쿨의 불공정 입시 행태가 확인됐다. 로스쿨 입시는 여러모로 부실했다. 입시 관리 자체가 부실해서 명백히 부정입학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내년부터는 제도를 개선해 이런 행위가 처벌되도록 하겠다.’

자기소개서에 부모·친인척 신상을 기재한 24명 중 16명은 응시한 로스쿨 입시요강에 그러지 말라는 조항이 없었다. 경희대 고려대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원광대 이화여대 등이다. 규정 자체가 없으니 불공정했다고 의심은 되지만 부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금지 규정을 어긴 나머지 8명도 법학적성시험 학부성적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를 함께 반영한 결과여서 “부모 덕에 합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학교라도 제대로 처벌해야 할 텐데 모두 주의 경고 등 ‘말’뿐인 조치에 그쳤다.

이 정도 대처로는 로스쿨 폐지론을 넘어설 수 없다. 오히려 사법시험 존치론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법조계에선 벌써 교육부와 로스쿨의 ‘거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전수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라는 소송도 제기할 태세다. 로스쿨 교수들을 통한 ‘입학 청탁’ 의혹은 아직 손도 안 댄 터라 어떤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의혹의 뿌리를 파헤쳐야 한다. 교육부 감사가 됐든, 감사원에 의뢰하든, 수사기관의 힘을 빌리든 불공정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야 로스쿨이 살 수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강도 높은 제도 개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