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가 2일 이번 사태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문제의 살균제인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이 2001년 시판된 지 15년이나 지났고, 2011년 살균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도 5년이나 흘렀다. 당국에 회수되기 전까지 약 10년간 옥시가 판매한 문제의 제품 수는 453만개다. 정부에 피해가 접수된 희생자 143명 중 옥시 제품 이용자는 70% 정도인 103명이었다. ‘안방의 세월호 참사’였다. 그럼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달 21일 언론사에 달랑 이메일 한 통을 보내 사과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정식 회견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옥시는 독립적 기구를 구성해 정부의 피해조사 결과 1,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보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옥시 영국 본사로까지 수사의 칼날이 향하고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자 면피용 사과에 나선 느낌이다. 아울러 ‘살인무기’를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적극적 보상 의지를 보여야 함에도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명백한 설명이 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
피해자 측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옥시의 사과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어서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영국 본사 경영진 8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불매운동 동참으로 옥시를 단죄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진정성 없는 사과와 어설픈 대책은 역풍만 초래할 뿐이다. 옥시가 진실을 감추기 위해 뒤로는 증거를 은폐·조작한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사과와 보상만으로 신뢰 회복이 어려운 이유다.
그와 별도로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검찰은 옥시의 국면전환 시도에 흔들리지 말고 영국 본사의 책임까지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도 별 조치 없이 판매를 계속했는지, 그 과정에서 영국 본사가 개입했는지 등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종국에는 수사 결과에 따라 옥시코리아의 폐업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사설] 면피용 사과에 그친 옥시, 폐업도 각오해야
입력 2016-05-02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