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서 지난 주말 두 건의 난민선 사고가 발생해 갓난아이를 포함한 1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9월 그리스로 향하던 세 살배기 에일란 쿠르디가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에도 난민들이 바다에서 처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매일 평균 어린이 2명이 부모를 따라 난민선에 탑승했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29일 밤 아프리카 출신 난민 110명이 탄 고무보트가 리비아 북서부 사브라타를 출발해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26명을 구했지만 84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에는 갓난아이도 있었다고 생존자들은 증언했다.
같은 시간 120여명이 탑승한 또 다른 난민선도 4시간 만에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사고를 당해 27명만 구조됐다. 이들은 람페두사섬으로 옮겨졌고 일부는 시칠리아 남단 포잘로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지난달 20일에도 아프리카 출신 난민 500여명이 탄 배가 지중해에서 전복돼 41명만 목숨을 건졌다. 적십자사와 적신월사는 “날씨가 따뜻하고 바다가 비교적 잠잠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이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UNHCR은 밀입국 알선업자의 무모한 항해 탓에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명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낡은 선체에 적정 탑승인원을 어겨 과부하가 걸린 난민선은 날씨가 나빠지면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송환 협정 후 아프리카 북부에서 이탈리아나 그리스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은 급증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 1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난민 18만3017명이 그리스, 사이프러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4월 집계된 5만2750명에 비교해 247% 증가한 수치다. 가디언은 이번 주말 발생한 사고를 포함해 지중해에서 올해에만 최소 1360명이 죽거나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잔인한 ‘지중해의 봄’… 난민선 사고 다시 증가
입력 2016-05-02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