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運 운명의 5월… 사채 만기연장·동맹 잔류 고비

입력 2016-05-02 18:01
구조조정 살얼음판 한복판에 들어선 국내 양대 해운사의 ‘잔인한 5월’이 시작됐다.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 집회, 해운동맹 잔류 여부까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난관이 산적해 있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전체 일정이 꼬일 수 있다.

한진해운은 2일 제출한 보완 자구안에 채권단이 동의할 경우 자율협약에 돌입한다. 첫 고비는 사채권자 집회다. 한진해운은 오는 19일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란 주식회사 사채를 가진 사채권자가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는 사항에 대해 심의·결의하기 위한 집회다. 이 자리에서는 23일 돌아오는 사채 조기 상환일을 9월 23일로 연장하는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BW 발행원금 총 3000억원 대부분은 지난해 상환했지만 현재 358억원 정도가 남아 있다. 앞서 4일에는 사채권자에게 사채 만기 연장 필요성을 설명하는 집회가 열린다.

한진해운은 사채 상환일을 연장한 뒤 해운업계 회생의 핵심으로 꼽히는 용선료 협상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진해운이 지불한 용선료는 1조1469억원이다. 협상을 통해 이 비용만 절감해도 회사 회생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에도 5월은 중요한 달이다. 정부는 현대상선을 지목하며 이달 중순을 용선료 인하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타결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지난 2월부터 용선료 협상에 들어가 한진해운에 비해 진척을 이룬 상태지만 시간은 더 촉박한 셈이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지은 뒤 늦어도 내달 초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채무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해운동맹 잔류 여부도 이달 중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움직임에 따라 한진해운이 소속된 CKYHE, 현대상선의 G6 두 동맹이 일제히 약화되는 추세다. 이에 G6의 주력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주도해 해운동맹을 새로 구성하려는 중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잔류 여부는 결국 하팍로이드가 주도하는 동맹에 참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상선은 하팍로이드와 기존 G6에 포함돼 있던 관계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 한진해운도 하팍로이드와 동맹 구성에 관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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