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로스쿨 ‘불공정 입학’ 면죄부… 고위층 자녀 24명 적발·처벌 ‘0’

입력 2016-05-02 18:24

교육부가 대법관, 검사장, 정치인, 법무법인 대표 등 고위층 자녀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불공정 입학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이 가운데 전직 시장과 지방법원장 자녀 등은 부모나 친인척 이름이 드러나도록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도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국민일보 3월 29일, 4월 18일자 1·2면 참조).

교육부는 이들에 대해 “부정행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입학 취소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불공정한 입시 전형을 운영한 로스쿨들에 ‘기관경고’ 등 ‘솜방망이 처분’을 결정했다. 또한 앞으로 부모나 친인척 신상을 자기소개서 등에 기재하면 불합격 처리하는 식의 조치를 명문화하도록 통보했다. 법조계·학계는 “로스쿨 입학 비리에 교육부가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교육부가 고위 법관 등 공직자 자녀들의 불공정 입학 의혹을 확인하고도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 정보공개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일 전국 25개 로스쿨의 최근 3년간(2014∼2016학년도) 입학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불공정 입학’ 의심 사례는 모두 24명이었다. 부모나 친인척 관련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경우다. 이 가운데 5명은 부모나 친인척이 누구인지를 표시하고 합격했다. 5명은 각각 “아버지가 ○○ 시장” “외삼촌이 ○○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아버지가 ○○법무법인 대표” “아버지가 ○○공단 이사장” “아버지가 ○○지방법원장”이라고 작성했다. 나머지 19명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부모나 친인척의 직위·직장명 등을 썼다.

로스쿨 입시 요강에 집안 배경을 쓰지 말라고 명시했음에도 부모 등 집안을 드러내고 합격한 경우는 8명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부정행위로 판단했다. 법조인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장과 시의원, 공직자가 1명씩이었다. 교육부는 “법무법인 자문을 받은 결과 부정행위로 인정될 소지가 있더라도 합격 취소는 어려웠다”며 “정성평가(평가자 주관이 개입되는 평가)의 속성상 자기소개서 일부 기재 사항과 합격의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와 불공정 입학의) 인과관계 확인을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6명은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했지만 로스쿨에 관련 규정 자체가 없어 부정행위라고 볼 수 없는 경우였다. 법조인 자녀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직자 3명, 로스쿨 원장 1명 등으로 확인됐다.

불공정한 입학 전형을 운영해 행정조치를 받게 된 로스쿨은 16곳이다. 교육부는 경북대 부산대 인하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6개 로스쿨에 대해 ‘부정행위 소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부모 등의 신상을 적지 못하도록 자체 입시요강에 명시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고관대작’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나머지 10개 대학은 부모 신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 자체가 없었다. 경희대 고려대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원광대 이화여대는 부정 의심 사례가 발견됐고, 건국대 영남대 전북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