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작가들, 고향의 그리움을 말한다… 5일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서

입력 2016-05-02 21:13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이호철(84) 작가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원산 철수 때 미국 함정을 타고 부산으로 피란 왔다.

당시 18세였던 그는 그렇게 가족과 생이별했다. 지금도 가을밤이면 더욱 고향이 그리워져 북두칠성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린다. 헤어지던 때의 아버지, 할아버지 얼굴은 떠오르는데 어머니 얼굴은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가슴에 사무친다.

남한 작가들과 탈북 작가들이 함께 모여 가슴에 묻어둔 고향과 어머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5일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 열리는 ‘남북 작가들, 고향의 그리움을 말하다’ 행사에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국제펜망명북한펜센터가 공동 주관한 이 행사는 고향이 그리워도 갈 수 없는 탈북 작가와 실향민을 달래는 한편 북한 인권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 앞서 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작가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도 첫 탈북자 중 한 사람”이라며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생각하다 어머니 이야기부터 해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남한 소설가로는 이 작가와 박덕규, 정길연 작가가 참여한다. 북한 인권소설, 탈북자 문제를 다룬 동화 등을 써온 두 사람은 각각 대구와 부산인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탈북자를 소재로 한 동화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 등을 낸 정 작가는 “탈북자를 위한 시민단체에서 글쓰기 지도를 한 게 계기가 돼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또 김성민 김정애 장해성 등 탈북 작가가 참여해 가슴에 묻어둔 고향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북한군 대위 출신으로 예술선전대 작가로 활동했던 김성민 작가는 고향을 등져야 했던 사연,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죄책감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이지명 국제펜망명북한펜센터 이사장은 “2012년 경주에서 열린 펜대회에서 북한을 대표해 정식 가입했고 현재 20여명의 작가들이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사가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문학은 ‘조선문학’ 등 제도권에 흡수된 기관지 문학으로 진짜 문학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탈북 작가들의 문학 활동이 중요하다”면서 “이들의 문장은 간결하고, 정확하고 실감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