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원순입니다. 많은 분들이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달 2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55분간 라이브(live) 방송을 진행했다.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이뤄졌다. 서울시 정책 등을 시민과 함께 실시간으로 토론하는 자리였다. 방송 도중 ‘늦게까지 일하는데 야간수당 받느냐’는 댓글을 읽은 박 시장은 “그런 거 없다”고 손을 내젓기도 했다. 이날 박 시장의 방송에 달린 댓글은 무려 7000여개에 달했다.
스마트폰과 SNS를 결합한 실시간 개인방송이 IT 업계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에는 시청자가 VOD를 선택해 관람하는 일방향적인 ‘영상 소비’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용자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시청자 참여가 가능한 SNS 라이브 방송의 강점을 바탕으로 IT 업체가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은 동영상 생중계 서비스인 ‘페이스북 라이브’를 운영 중이다. 원래 연예인 등 유명인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 일반인으로 확대됐다. 최근 특정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개인방송 계획을 발표하는 등 차츰 진화하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후보자들이 선거운동 홍보에 ‘페이스북 라이브’를 활용하면서 유명해져 일반인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자가 방송을 보며 즉각 ‘좋아요’ 등의 반응을 남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페이스북 라이브’의 경쟁자는 지난해 3월 트위터가 시작한 동영상 앱 서비스 ‘페리스코프’다. 1년여 만에 생중계 영상 건수가 2억건을 돌파하며 트위터의 주력 서비스로 떠올랐다. 구글도 ‘유튜브 커넥트’라는 라이브 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작한 네이버 ‘V앱’은 연예인 위주의 실시간 개인방송으로, 총 4억회 시청 횟수를 기록했다. 누적 다운로드 1800만건 중 해외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카카오도 1인 방송 콘텐츠 기업 ‘오스카 엔터테인먼트’에 20억원을 투자하며 관련 서비스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동영상 매체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며 “여기에 SNS를 통한 실시간 소통이라는 개념이 더해져 새로운 플랫폼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숙제도 남아 있다. 개인방송이다보니 ‘저화질’ 문제가 있다. 페이스북은 올 여름 라이브 방송 전용 와이드 앵글 카메라 ‘미보(Mevo)’ 출시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페이스북 라이브’의 경우 방송 제한시간(90분)이 있고, 일부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지원이 되지 않아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유해 방송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딱히 없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수익 구조도 아직은 빈약하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브 방송 한 편에 광고를 넣는 등의 방법을 고민 중이지만 서비스 초기 반감을 살 수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기획] 지금은 ‘라이브 시대’… 모바일 생방송 플랫폼이 뜬다
입력 2016-05-03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