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 남짓한 공간에서 꿈을 펼치는 사람들. 내면의 끼와 열정을 묻고 살 수 없어 무대 위로 뛰어오른 연극배우들이다. 이들은 오늘도 ‘한국의 브로드웨이’ 대학로에서 기꺼이 광대가 되어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고 있다.
‘3초간 숨을 깊이 들이쉬고, 7초간 천천히 내뱉는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첫 번째로 익히는 것은 발성이나 연기가 아닌 호흡법이다. 매 순간 ‘라이브’로 진행되는 연극무대에선 긴장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정심을 유지시켜주는 호흡법은 발성에도 도움을 준다.
연필을 입에 무는 발성 연습은 옛말이다. 요즘은 턱관절을 움직여 안면근육을 풀어주고 혀를 길게 빼내 돌리며 혀와 입의 근육을 움직여준다. 소극장 뒷좌석 관객에게 들릴 만큼 정확한 발음과 발성을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연기를 시작한다.
배우들은 하나의 공연을 앞두고 매일 4시간에서 12시간까지 연습한다. 이 과정을 두 달가량 반복해야 관객을 만날 수 있다. 이토록 지난한 노력 끝에 탄생한 작품이지만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이면 공연이 끝난다.
국내 티켓판매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인터파크 티켓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극업계는 ‘성장 없는 정체’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들의 ‘열정페이’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규모 극단의 배우들은 무대장치를 꾸미거나 티켓창구 업무를 병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큰 극단으로 옮기길 희망한다. 대학로 연극의 ‘터줏대감’ 격인 ‘라이어’의 오디션 경쟁률은 10대 1에 육박한다.
연극무대는 배우 양성의 뿌리다. 소위 스타가 된 이들, 수십년 연기생활을 해온 중장년 배우들이 다시 연극무대를 찾는 이유다. 그들은 하나같이 관객과 숨소리를 나누는 연극무대야말로 연기의 쾌감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연극배우 김경민(40)씨는 “배우라면 다들 배우 숫자보다 적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했던 ‘무용담’이 하나쯤은 있다”고 했다. 그래도 연기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저 ‘좋아서’라고 답했다. “‘재밌었다’ ‘연기 잘했다’는 후기 한마디면 힘이 나요. 더 큰 꿈도 꾸게 되죠. 소극장은 관객 한 분 한 분이 배우를 성장시키는 공간입니다.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아요.”
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
[앵글속 세상] ‘한국판 브로드웨이’ 대학로의 ‘연극배우 24시’
입력 2016-05-02 17:26 수정 2016-05-02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