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당, 낭떠러지서 구해놨더니”… 일주일 만에 다시 호남行

입력 2016-05-02 18:31 수정 2016-05-02 21:39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운데)가 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호남 패배 책임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발끈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13총선 호남 패배의 원인을 자신과 비대위에 돌리려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맞받았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이후 1주일 만에 다시 호남을 방문해 지역 유권자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패배의 원인은 비대위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2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질 정도의 당을 선거를 거쳐 제1당으로 만들었는데 자꾸 비대위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신에게 쏟아진 ‘호남참패 책임론’에 반발했다.

그는 ‘셀프 공천’이 호남 민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셀프 공천이) 그렇게 중요한 선거 요인이었다면 더민주가 어떻게 제1당 자리에 올랐는지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며 “당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솔직히 말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그러면 비대위를 만들지 않았으면 어떻게 했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호남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권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며 “다수의 대권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오후 일정으로 전주의 탄소융합기술원과 전남 영암에 위치한 대불산업단지를 방문해 지역경제 이슈를 챙겼다. 이어 전남 무안에서 정책현안 간담회를 열고 총선 낙선자, 자치단체장들과 민심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김종인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 지역 지방의회 의원들은 김 대표의 호남 일정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도부는 셀프 공천을 밀어붙여 호남 민심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전당대회 개최와 민주적 새 지도부 구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서도 “자중하고 민심의 바다로 들어가 정치적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며 “당에 영향력 행사를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조기 전대론’과 ‘전대 연기론’이 맞붙고 있다. 김 대표의 사퇴를 원하는 쪽은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고 주장한다. 지지하는 쪽은 전당대회를 연기해 비대위 체제가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CBS라디오에 나와 “혁신안에는 총선 직후에 (전당대회를) 하게 돼 있다”며 빨리 차기 지도부를 선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상민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두 방안 사이에서 절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기 전대론과 전대 연기론) 어느 쪽이든 원만하게 타협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우 의원은 PBC라디오에 나와 “(김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준다는 전제 하에서 8월 말 9월 초쯤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더민주는 3일 당무위·당선인 연석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개최 시기 논란을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전주·무안=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