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 가벼워진 安 대표의 입

입력 2016-05-02 19:36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현재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유력 대통령 후보이자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 대표인 만큼 그가 하는 말은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다. 말의 무게가 일반인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내놔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외부로 공개된 안 대표의 말에서는 신중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안 대표는 당 인사들과 교육정책 토론을 하다가 “교육부는 없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는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언급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양적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1일 오후에는 한 종교행사에 참석해 박 대통령이 왜 오지 않았느냐고 핀잔성 발언을 했는데,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란 순방길에 오른 상태였다.

평소 안 대표는 처신이 진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총선 승리에 도취해서인지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강철수’를 기치로 내걸고 대통령 및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은 무방하지만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부 부처를 없애는 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더라도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치밀한 검토를 한 끝에 부처를 폐지하거나 신설·축소·합병하는 정부 조직도를 발표했을 정도다. 즉흥적으로 ‘교육부 무용론’을 꺼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당시 토론 참석자들이 안 대표 발언에 뜨악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때문일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심판 기준 중 하나는 오만이었다. 새누리당은 그런 말과 행동을 일삼다가 참패했다. 국민들 눈에 안 대표가 오만하다고 비치는 순간, 새누리당처럼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