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탈모 극복의 길 열리나

입력 2016-05-02 18:21

짓궂은 친구가 대머리 친구에게 묻는다. “어디까지가 얼굴이니?” 앞머리가 휑한 친구가 받아넘긴다. “세수할 때 비눗물이 묻는 데까지다. 비누는 많이 써도 비싼 샴푸는 적게 써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다.” 좌중에 폭소가 터진다.

“율 브리너처럼 머리를 밀지 그러니?” “너 같으면 밀겠냐? 유명한 배우 율 브리너는 머리를 어떻게 해도 어울리지. 머리 모양도 둥글둥글하고…. 말상은 민머리와 상극이야.” 친구들이 둘을 중재하며 말머리를 돌린다.

중년도 머리털이 빠지면 고민이다. 하물며 젊은이가 심한 탈모증을 겪게 된다면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니다. 맞선 자리에 나가면 괜히 위축되기 일쑤이다. 옆머리를 올려 정수리를 대충 가렸는데, 데이트 도중 세찬 바람에 머리털이 흩날리면 민망하기까지 하다.

탈모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질환이다. 대한모발학회가 남녀 1021명을 조사한 결과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로 고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탈모 환자가 병원 치료보다는 탈모샴푸 같은 비의학적 방법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탈모제품을 살 때도 광고를 더 신뢰하는 편이다. 의료진의 소견을 배제한 비의학적 처치는 탈모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탈모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학 후쿠다 준지 교수 연구진이 모낭(毛囊·털집)을 대량 생산하는 쥐 실험에 성공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연구진은 쥐의 태아에서 털의 성장과 관계있는 줄기세포 2종류를 추출해 모낭 300여개로 배양시켰다. 이들 모낭을 쥐의 등에 이식하자 1㎝가량의 검은 털이 자라났다. 연구진은 “3년 동안 인간 세포로 실험하고 10년 후 탈모 치료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치료법은 뒷머리의 모낭을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것이다. 그러나 뒤통수에 모낭이 적으면 ‘그림의 떡’이다. 모낭 대량 생산 방법으로 탈모 극복의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염성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