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로해줄 영화가 여기 있다. 국내 최대 크리스천 영화축제 제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Seoul International Agape Film Festival, SIAFF)가 오는 10∼15일 '위로'를 주제로 서울 서대문구 '좋은 영화관' 필름포럼에서 열린다. 개막작 '드롭박스(Drop Box)'를 포함해 40편이 상영된다. 도시 속 타자를 조명하는 에릭 쿠 감독의 작품과 난민의 여정을 그린 영화가 스페셜 섹션으로 찾아온다.
배혜화 SIAFF 집행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세계대공황 시대 모든 산업이 불황이었지만 사람들을 위로하는 영화산업만큼은 번창했다”며 “올해 영화제 규모는 예년에 비해 축소됐지만 동시대인을 위로할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준비됐다. 이 영화들이 여러분의 삶 속에 ‘빛’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작은 서울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 사역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드롭박스다. 드롭박스란 ‘폐기물 상자’라는 뜻이다. 30여년 전 이 목사는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는다. 이를 계기로 그는 평생 버림받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먹는다. 2009년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설치한다. 아기를 기를 수 없는 어머니들이 그 상자에 아이를 두고 갔다. 무려 800여명. 버려진 아기들을 구하는 이 목사의 인생을 따뜻하게 조명한다. 모든 생명이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9회 샌안토니오기독교독립영화제 대상, 제5회 저스티스영화제 ‘가장 정의로운 영화상’ 등을 수상,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 받았다. 촬영 당시 남가주대(USC) 영화학과 학생이었던 브라이언 아이비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크리스천이 됐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거장’ 에릭 쿠의 작품 3편도 소개된다. 김은현 프로그래머는 그의 작품에 대해 “정서적인 실향민으로 전락한 도시 속 소시민의 삶을 애틋한 시선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휴일 없는 삶(No Day Off)’은 가정부 일을 하기 위해 고향인 인도네시아 술라웨시를 떠난 젊은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여인은 남편과 한 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도시에서 힘겹게 일한다.
‘12층’은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아파트에 사는 세 가정의 이야기다.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에 대해 질문한다. ‘내 곁에 있어줘’는 아들에게 지극정성인 홀아버지, 짝사랑에 밤잠 설치는 경비원 등 다양한 군상을 통해 도시인의 외로움을 보여준다. 또 다른 스페셜 섹션에는 국적을 잃어버린 난민을 소재로 한 영화를 모았다.
다큐멘터리 ‘점프’는 한 난민이 자신의 여정을 직접 찍은 것이다. 북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청년 아부 바카 시디베는 삼중으로 된 높은 벽을 뚫는다. ‘아빠’는 아버지를 찾아 독일로 떠나는 코소보 출신의 열 살 소년 노리에 대한 이야기다. ‘매직 마운틴’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세기 동안 난민으로 산 한 남자의 일대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아가페 초이스에서는 알제리 출신 프랑스 이민자인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파티마’, 성경적 알레고리 장치로 두 ‘현상금 사냥꾼’을 그린 ‘더 퍼스트, 더 라스트’ 등 8편이 준비된다. 미션 초이스에서는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축구 선수로 성장하는 토니 나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우드론’ 등 4편이 상영된다. 폐막작은 난치병을 극복한 소녀의 이야기 ‘미라클 프롬 헤븐’이다.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이라는 모토를 가진 영화제는 올해 압축적이고 특색 있는 영화로 구성됐다. 올해 단편 경쟁 부문에는 세계 각국에서 400여 편이 접수됐다. 개막식은 10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 폐막식은 15일 오후 7시 필름포럼에서 각각 진행된다. 홍보대사는 배우 이일화다. 티켓 구입은 각종 영화 사이트와 현장에서 모두 가능하다(070-4754-3591).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이 시대 힘겨운 삶 위로… 주옥같은 영화 한자리에
입력 2016-05-03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