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트럼프가 외교정책 경험이 없다고 걱정한다죠?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트럼프는 수년 동안 전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왔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
지난 30일(현지시간) 열린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이 뼈있는 농담과 풍자로 언론인, 정관계 고위 인사, 할리우드 스타들을 즐겁게 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해마다 4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린다. 오마바 대통령에게는 임기 중 마지막 행사다.
우선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등 양당 대선 후보들이 풍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4년 전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다’는 주장과 관련해 웃음거리가 된 것을 의식한 탓인지 트럼프는 불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에게는 마지막 백악관 기자단 만찬이라며 “내년에는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녀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she)’라는 단어를 사용해 민주당의 경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을 명백하게 시사한 발언에 폭소가 터졌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향해서는 “민주당의 빛나는 새 얼굴”이라고 추켜세웠다가도 그의 사회주의 성향 정책을 겨냥해 “동무(comrade)”라고 부르는 등 ‘올렸다 놨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만찬에 참석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에게는 “공화당 경선이 잘되고 있다니 축하한다. 계속 그렇게 진행하라”며 경선 선두주자인 트럼프를 둘러싼 공화당의 내분을 꼬집었다.
또 내년 2월 새로운 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하는 것과 관련해 “6개월 이내에 나는 공식적으로 레임덕(권력누수)이 될 것”이라며 “이는 의회가 나를 무시하고 공화당 지도부는 내 전화를 받지도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를 언급하며 “‘스타워즈’ 이후 최고의 판타지 영화”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작품은 보스턴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가 수십 년에 걸친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배병우 선임기자
“내년에 이 자리 설 그녀(She)가 궁금해”… 오바마, 백악관 출입기자단 마지막 만찬연설
입력 2016-05-01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