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다음 ‘2인자’ 이미지가 강했던 원내대표가 20대 국회에선 정국 주도권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에서 여야 간, 야당 간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3당의 차기 당대표가 실세형보다는 대선 관리형이 될 가능성이 커 여야 협상을 책임지는 원내대표에게 무게중심이 쏠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3일과 4일 각각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국민의당은 지난 27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박지원 원내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을 합의 추대했다. 3당의 원내 사령탑 진용이 확정되면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 개별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까지 전부 원내대표단 소관이다. 그동안 양당 체제에선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부의장은 한 명씩 나눠 맡았었는데 이번엔 1석 차이로 원내 제1, 2당이 뒤바뀐 데다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해 셈법이 복잡해졌다. 의석수가 줄어든 새누리당은 최소 2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여야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국회 공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4년 전 19대 국회 땐 그해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대립하다 7월이 돼서야 개원식을 했다. 이때 야당의 원 구성 협상을 주도했던 박 원내대표는 이번엔 5월 중으로 원 구성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일하는 국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속도전을 피할 명분이 없다. 국회 관계자는 1일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에게는 협상력뿐 아니라 순발력과 과단성이 필수 덕목”이라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다룰 이슈도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등 하나같이 무거운 것들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의회 중심의 원내 정당화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반면 당대표의 역할은 내년 12월 대선에 맞춰져 있다. 3당 모두 당권·대권을 분리하고 있어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이번에 당대표를 맡을 수 없다. 대선 주자는 따로 있고 당대표는 당내 경선과 본선을 뒷받침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여 다음 원내 지도부의 짐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해 쟁점법안 대부분은 자동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더민주가 내세우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 국민의당이 강조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이 대표적이다. 19대 국회가 이날까지 처리한 법안은 7683건으로 같은 기간 18대 국회에서 처리한 1만3913건의 절반 수준(55.2%)에 불과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협치’ 불가피한 20대 국회… 원내대표가 ‘실세’
입력 2016-05-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