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16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3월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를 보였던 수출감소 폭은 한 달 만에 다시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여기에 미국이 한국을 환율 정책과 관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글로벌 환경도 수출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자릿수 마이너스에도 하루 평균 수출액 늘어=산업통상자원부의 ‘2016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41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지난 1월 -18.9%에서 2월 -12.2%였다가 3월 -8.2%로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지만 4월 들어 다시 악화된 것이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면서 월간 기준 최장 기간 수출 감소 기록도 갈아치웠다.
산업부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 금액이 감소했고,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하루 적은데 토요일도 하루 많아 1.5일 감소 효과가 있었다”며 “또 3월은 1분기 실적 결산을 해야 하는 기업들이 월말 ‘밀어내기’를 했지만 4월은 이 같은 효과도 없었다”고 했다.
실제 일평균 수출액은 18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업일수 부족으로 수출액이 줄었지만 하루 평균 수출액은 늘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력 품목을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13개 중 무선통신기기와 선박을 제외한 11개 품목이 부진했다. 무선통신기기는 G5, 갤럭시S7 등 신제품 수출로 3.2%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선박은 해양플랜트 2척을 포함해 총 32척을 수출, 1년 전보다 25.2%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는 각각 전년 대비 11.5%, 26.3% 감소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수출감소 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증가세로 돌아섰던 철강도 전년 대비 17.4% 감소했다.
◇추가되는 수출 악재=5월에도 수출의 마이너스 폭은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출이 활력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중국 수출이 꾸준히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3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8.4% 감소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마이너스다. 중국 내 경쟁 과열로 자동차 수출이 줄었고 반도체와 가전, 무선통신기기 등 주력 품목의 수출 감소도 두드러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제동을 건 것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미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하는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심층분석 대상 요건 3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국가는 없었지만 2가지를 충족시키는 5개국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관찰 대상국에는 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 대만 독일이 포함됐다.
당장 정부는 이번 조치로 원·달러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수출에는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미국의 주문대로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린다면 우리의 수출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수출 ‘비명’… 16개월 최장 ‘뒷걸음’
입력 2016-05-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