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조선 ‘빅3’ 수주 실적이 지난 1월에 이어 또다시 ‘0’을 기록하면서 조선업계의 수주 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조선업계를 이끄는 빅3가 수주에 실패하면서 국내 조선업계 전체의 수주 잔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 수주 잔량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수주 절벽이 지속될 경우 내년부터 비는 독(dock)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지난달 단 1척의 수주실적도 기록하지 못했다. 월간 실적으로 빅3가 수주에 실패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조선업계 전체의 수주 실적이 제로였던 2009년 9월 이후 두 번째다. 조선 빅3는 2009년 9월 이후 6년4개월 만인 지난 1월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다시 3개월 만에 1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빅3의 수주 실패로 국내 수주 잔량 감소폭도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초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은 688척, 2759만2062CGT(가치환산톤수)였다. 1월 초와 비교할 경우 98척, 344만9835CGT가 줄었다. 반면 지난해 1월과 4월 사이에는 42척, 125만7097CGT가 감소했다. 직전 같은 기간인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을 비교했을 때 19척, 124만5820CGT가 감소한 것과 비교해도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수주 잔량 감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머지않아 조선소 독이 빌 것이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빅3의 경우 아직 수주 잔량이 많아 당장 독을 비우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클락슨리서치 조사를 보면 글로벌 수주 잔량 1∼4위는 국내 빅3와 자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추가 수주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1년6개월에서 2년 넘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수주 절벽이 계속되면 일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조선소부터 독을 비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빅3와 그 자회사들도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디고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내년 중반쯤부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주 잔량이 감소하면서 결국 어느 업체가 얼마나 오래 버틸 체력을 보유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국내뿐 아니라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조선업계 역시 수주 물량 및 수주 잔량 감소세가 뚜렷해 살아남는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저가 공세를 통해 수주를 빨아들였던 중국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 더해 국가가 선박금융 등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해가며 발주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 일본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정부의 선박금융 지원 및 엔저 등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해양플랜트,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 등에서 다소 몸집을 줄이더라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체형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한때 조선업에서 손을 떼는 등 오판을 하면서 이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위기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좀 더 집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4월에도 빅3 수주 ‘0’… 조선소 독, 내년엔 텅텅 비나
입력 2016-05-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