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반사회적 단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성경말씀이 갈급한 일반 교인들의 발길을 신천지예수교회로 돌리게 만들고, 그래서 기성 교회의 헌금이 줄었다고 신천지가 반사회적인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사무실 앞 임시무대. 마이크를 잡은 신천지 신도의 거친 목소리가 대형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울렸다. 2500여명의 신도들은 사회자의 신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붉은색 피켓을 들어올리며 “아멘”을 외쳤다.
“신천지 교회는 14만4000명만 구원받는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아멘!” “신천지 교회는 이만희 총회장을 교주라고, 보혜사 성령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멘!” “신천지 교회는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지 않는다.” “아멘!”
이날 신천지는 포교 때 써먹는 ‘모략’(거짓말) 교리대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의 강도는 점점 더 높였다. “종교 탄압, 인권유린, 한기총은 해체하라!” “해체하라!” 일장 연설 후 한기총을 향한 야유가 이어졌다. “한기총 해체!” “와∼”
도심 공공장소에서 이들이 벌인 집단행동은 한기총이 아닌 130년 역사의 한국교회를 향한 정면공격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시위 전면에 나선 사람들 가운데 20·30대 청년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한기총 해체’ 피켓을 든 청년들의 눈빛에는 섬뜩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교(邪敎)집단에 불과한 신천지가 대규모 시위를 통해 목회자와 교회를 신랄하게 매도하는 동안 한국교회는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었다. 교회에 잠입해 몰래 포교활동을 펼치는 신천지 신도들의 얼굴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신천지 소속 홍보 담당자들이었다. 언론 매체 중 신천지의 문제점을 지적한 곳은 국민일보와 CBS뿐 ‘천지일보’ ‘브레이크뉴스’ 등이 신천지 옹호기사를 쏟아냈다.
이처럼 음지에 머물던 신천지가 공개적으로 공교회를 비방하고 나섰는데도 한국교회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돼 있는 데다 ‘내 교회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 목회자들의 소심한 대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신천지 사태를 불러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현욱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는 “신천지가 거리로 뛰쳐나와 사실상 한국교회 타도를 외쳤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조용히 뉴스만 검색했다”면서 “이런 나약한 모습은 철저한 무관심에서 기인한다. 특히 ‘정면으로 맞섰다간 교회가 신천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극도의 보신주의도 깔려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결국 ‘내 목회, 우리 성도, 내가 목회하는 지역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신천지라는 ‘괴물’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상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도 “신천지가 한국교회를 너무 우습게 알고 있는데 이는 교회의 분열과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면서 “지금이야말로 공교회의 대표성을 가진 교단장들이 모여 신천지 대책을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종언 한국교회연합 인권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오히려 신천지의 반사회성과 이단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결정적 기회”라면서 “한국교회 성도와 교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운영되는 연합기관이라면 강력한 신천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사진=백상현 김아영 기자 100sh@kmib.co.kr
‘신천지 사태’ 한국교회 안이한 대응이 자초했다
입력 2016-05-01 19:12 수정 2016-05-01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