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하루 면제되니 반갑긴 한데… 고속도 통행료 ‘공짜의 경제학’

입력 2016-05-02 04:02

정부가 오는 6일 전국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들은 통행료 부담 없이 전국을 여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 그럼 정말 고속도로 통행료는 공짜인걸까? 알고 보면 완전히 공짜는 아니다. 일부는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하고, 나머지는 공공기관 부채로 누적돼 장기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속도로 이용자들의 통행료를 면제함으로써 그에 따른 소비와 관광 활성화로 전체 경기에 보탬이 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6일 0시부터 24시 사이에 전국 고속도로에 들어가거나 나가는 차량에 통행료를 면제한다고 1일 밝혔다. 대상 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11개 민자고속도로다.

정부는 우선 민자고속도로에서 면제된 통행료는 재정을 투입해 민자사업자에게 보전해줄 방침이다. 정부 재정은 물론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다. 최소수입보장(MRG) 협약을 맺은 민자고속도로의 경우에는 임시공휴일에 민자사업자가 통행료를 받지 못한 만큼 정부가 MRG 예산을 증액해 보전해준다. MRG는 민간자본으로 건설되는 도로, 교량 등 사회 기반시설을 만들 때 정부와 민자사업자가 약정한 예상 수익보다 실제 수익이 못 미칠 경우 손실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MRG 협약을 맺지 않은 민자고속도로의 경우에는 정부가 임시공휴일 통행량을 조사해 면제된 통행료를 전액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줄 계획이다. 즉 민자고속도로에서 면제되는 통행료는 국민이 당장 내지 않을 뿐 어차피 나중에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 당시 민자고속도로에서 면제된 통행료는 약 50억원이다.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에서 면제된 통행료는 국민 세금으로 보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면제된 통행료는 도로공사 부채를 늘려 장기적으로 재정 투입이나 비용 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는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의 경우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공기업이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별도 재정지원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면제된 통행료는 그대로 도로공사 부채가 된다.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에 도로공사가 면제해준 통행료는 146억원이었는데, 이 액수는 그대로 도로공사 부채로 쌓였다.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에 도로공사가 희생한 것이다.

정부 정책 때문에 공공기관 부채가 느는 경우가 많자 감사원은 이런 관행을 개선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감사원은 2014년 11월 국토부에 도로공사와 보상 계약을 체결해 ‘고속국도 통행료 감면 보전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토부에 통보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도로공사가 정부 정책에 따라 화물차 운전자, 장애인 등에게 감면·할인해준 통행료만 8354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희업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은 “예산 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여전히 통행료 감면 보전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