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업무’ 챙긴 전경련… “기업 이익 대변과 거리 멀다”

입력 2016-05-02 04:02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은 2006년 11월 미국 상원에 로비기관으로 등록한 이후 총 40차례 대미 로비를 진행해 왔다. 투입된 로비자금만 394만 달러(약 44억원)에 달한다. 애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슈를 로비명목으로 삼았던 전경련은 2012년 7월을 기점으로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에 로비를 집중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와 전경련의 신종 ‘정경유착’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 상원 로비 40차례, 44억원 투입=전경련의 최초 로비는 200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경련은 로비스트 두버스타인 그룹을 통해 미 상원에 4만 달러(4600만원)를 제공했다. 로비이슈에는 ‘한·미 FTA 증진’을 써 넣었다. 국내에서 한·미 FTA 체결을 두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을 때 전경련은 미 상원에 협약 체결을 위한 물밑 로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로비는 FTA가 발효된 직후인 12년 4월까지 계속됐다. 이 기간 24차례 걸쳐 234만 달러(약 26억원)가 투입됐다.

전경련은 2012년 7월부터는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안을 로비대상으로 삼았다.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는 한·미 FTA 당시 정부가 추진했으나 미국 측이 최종적으로 거부했던 사안이자 박근혜정부의 주요 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13년 2월 당선 직후 미국 하원 의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에 전문직 비자 쿼터가 적용되면 우수인력이 안정적으로 미국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당부했었다.

전경련은 전문직 비자쿼터와 관련해 12년 7월부터 지난 20일까지 분기마다 10만 달러씩 미 상원에 제공했다. 160만 달러(약 18억원)가 16번에 나뉘어 로비자금으로 건네졌다. 이 중에는 역시 박 대통령의 주요 추진 사안이었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문제가 로비명목으로 끼어 있기도 했다.

◇전경련의 ‘정부 업무’ 로비 타당성 논란=이를 두고 ‘기업 이익 대변’이란 전경련의 본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1일 “한국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미국에서 취업비자를 받는 것은 전경련 회원사들의 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박상인 행정대학원 교수는 “회원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경제단체가 정부 정책과 관련한 로비를 하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다”며 “정부와 전경련이 유착돼 있다고 의심되는 간접정황이 속속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서도 한국 측은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를 주요 통상현안에 집어넣었다. 미국 측이 ‘자동차 생산관련 규제’나 ‘외국법자문사법’ 등 철저히 자국 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한 것과 대비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문직 취업비자 확대는 미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에 제공하는 후속조치 성격이 강하다”며 “기업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국내 전문인력의 미국 진출을 위해 미 상원에 로비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현수 최예슬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