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기업 구조조정 용도에 한정, 마이너스 금리 상황 아닌데 추진

입력 2016-05-02 04:00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선별적’ 양적완화는 미국 일본 유럽의 양적완화와 확연히 다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동원되는 점을 빼고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주요국에선 양적완화를 특정 업종, 특정 기업 구조조정 용도로 한정해 사용할 수는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양적완화에 나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금리를 제로 혹은 마이너스로 낮추고 재정지출을 확대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최후 수단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시장에 돈을 공급해 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연방기금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렸음에도 효과가 없자 2008년 11월부터 모기지담보부 증권 및 정부보증 채권을 사들이며 돈을 풀었다. 지금까지 풀린 돈은 총 4조50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며 제로금리와 통화 팽창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은 더 확대되고 있다. 올 3월 국채 매입 규모를 월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늘렸다. 시중은행에 돈을 더 빌려주는 목표물장기대출(TLTRO)도 6월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은행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 돈을 찍어내겠다”는 공언대로 채권에 이어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중앙은행이 매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한계까지 부닥친 상황에서 최후의 경기부양 수단으로 발권력을 동원해야 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 1.50%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 주요국의 화폐는 해외 시장에서 결제수단으로 쓰여 다른 나라 돈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부분적 양적완화라도 자본 유출과 물가 상승 위험에 노출된다. 한국은행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라고 지적한 이유다.

이전에도 한은의 발권력 동원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한은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를 올해 9조원 더 확대하기로 했다. 수출 절벽에 직면한 중소기업의 무역금융 설비투자 창업 등을 돕기 위한 것임에도 특정 부문 선별지원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지원처럼 일부 대기업에 쏠리지 않음에도 그랬다. 지난해 6월 한은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2000억원을 출자할 때와 8월 산업은행의 신용보증기금 출연 지원 때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