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양국 관계에 다시 훈풍 조짐이 보이고 있다. 돌발변수가 없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30일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 총리,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을 잇따라 만났다. 중국은 4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방문한 일본 외교수장에게 예의를 다했다는 평가다. 중국 관영 인민라디오방송(CNR)은 “리 총리가 연휴 기간 중 외국 손님을 맞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30일은 2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노동절 연휴 첫날이었다.
리 총리는 기시다 외상과의 면담에서 “중·일 관계의 안정이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중·일 관계가 굴곡을 겪었지만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고 양국은 책임감을 갖고 양국 관계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 대공망은 “기시다 외상이 리 총리와의 면담에서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를 대신해 리 총리의 올가을 일본 방문을 공식 초청했다”고 전했다. 올가을 일본에서는 한·중·일 정상회담과 외무장관회담이 예정돼 있다.
왕 부장과 기시다 외상의 회담은 오찬을 포함해 4시간20분이나 진행됐다. 회담 결과 보도는 중국과 일본 언론 사이에 온도 차가 느껴진다. 교도통신은 “양국이 협력의 파트너이며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대립을 첨예화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대화로 관계 개선을 진전시키기 위한 가닥이 잡혔다”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들은 “일본은 성실하게 역사를 반성하고 ‘중국 위협론’이나 ‘중국 경제 쇠퇴론’을 퍼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등 왕 부장이 제시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을 부각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양국 외교장관의 상호 방문을 포함한 정부 교류를 활성화해 오는 9월 초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2014년 11월과 지난해 4월 두 차례 만났지만 중국은 공식 정상회담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기시다 외상의 방중으로 관계 개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고 있다”면서 “중국이 전제조건을 부각시키는 것은 급격한 양국 관계 개선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국민을 설득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中-日 관계개선 기지개… 중국 간 日 외상, 리커창·양제츠·왕이와 잇단 만남
입력 2016-05-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