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수교 54년 만에 우리나라 대통령으론 처음 이란을 국빈방문한 건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이란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대기업 38곳, 중소·중견기업 146곳, 공공기관·단체 50곳, 병원 2곳 등 역대 최대 규모인 23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것만 봐도 이란시장에 거는 우리의 기대감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대이란 제재 해제 이후 107일 만에 이뤄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수를 빼앗겼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보다 먼저 방문을 성사시켰다. 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에 한 발 앞설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제재 해제 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이란을 방문한 시 주석이 이란 정부와 고속도로 건설, 원전 프로젝트 등 총 17개 분야에서 향후 10년 동안 교역 규모를 11배(60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정상외교의 경제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려는 분야는 인프라 건설, 자원 개발, 자동차, 고급소비재 시장이다. 그러나 인프라 건설과 자원 개발 분야 등에서 중국과 중첩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서두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간 확정된 우리 기업의 계약·수주 규모만 130억 달러에 이르는 등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대 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과를 제2의 중동 붐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아연 매장량 1위의 자원부국이다.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또 인프라와 플랜트 분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이란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조선·철강 등 우리나라 중후장대 산업의 돌파구가 돼줄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대이란 접근은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이란과 앙숙인 우리의 최대 원유 수입국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북핵외교는 경제외교 못지않은 이번 순방의 중요한 의제다. 박 대통령은 2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란식 해법은 북핵 문제 해결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이란은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앞두고 이란의 반미투쟁을 지지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은 핵을 포기한 대가로 다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고 침체된 세계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지금 이란이 보여주고 있다.
[사설] 朴 대통령 이란 방문, 제2의 중동 붐으로 연결시켜야
입력 2016-05-01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