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伊에 졌지만… 역대 최고 성적

입력 2016-04-30 00:23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공격수 조민호가 29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 5차전에서 이탈리아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 사진=국제아이스하키연맹 홈페이지

한국 아이스하키의 세계선수권대회 최상위 리그 승격이 좌절됐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우리 팀은 새로운 희망을 탄생시켰다. 어느 강팀과 붙어도 절대 완패하지 않는 끈질긴 투지와 전략, 기술 수준을 갖게 된 것이다.

백지선 감독이 지휘한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9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2016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2부리그) 5차전에서 이탈리아에 1대 2로 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최종 전적 2승 1연장패 2패로 승점 7점을 기록했다.

최상위 리그 승격 조건인 2위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지만, 세계 20위권 이내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며 디비전1 그룹A 잔류하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은 이 그룹에 진입한 게 딱 한번이었고, 곧바로 최하위를 기록해 디비전1 그룹B(3부리그)로 추락해야 했다.

이번 대회 결과는 우리 아이스하키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34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일본을 꺾었고, 올림픽에 출전해 소련(현 러시아)을 이긴 적이 있던 개최국 폴란드마저 이겼다. 최상위 리그 단골국가인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도 연장 페널티샷 패, 1골차 패배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대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해도 충분히 선전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대회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등 최강 16개국이 겨루는 세계선수권대회의 바로 아래 디비전이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공은 2014년 8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귀화 선수 6명을 수혈해 체질을 바꾼 게 주효했다.

한국은 지난 4차전까지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와 승점 1∼2점 간격으로 뒤진 3위였다. 이탈리아를 정규시간 3피리어드 안에 이겼을 경우 승점을 10점으로 늘려 순위를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무려 27개의 슈팅을 막아낸 이탈리아 수문장 안드레아스 베르나르드 앞에서 좌절했다. 이탈리아는 1피리어드 2분 한국 공격수 조민호가 후킹 페널티로 퇴장을 당하고 얻은 파워플레이 기회에서 1골을 올렸고, 이후 수비에 집중했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도 한국을 괴롭혔다. 심판은 2피리어드 6분쯤 명백한 페널티로 여겨지는 이탈리아 선수의 보디체크를 반칙으로 선언하지 않았다. 반면 귀화선수 에릭 리건은 홀딩과 후킹으로 2피리어드에만 2분씩 두 차례 퇴장을 당했다. 유독 한국에 엄격한 판정이 아쉬웠다.

한국은 2피리어드 14분 캐나다 출신 귀화 공격수 마이클 스위프트가 이돈구의 송곳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만회골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슛은 또 베르나르드의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이탈리아 다니엘 투딘에게 추가골을 맞은 3피리어드 14분부터 파상공세를 벌였다. 백 감독이 타임아웃을 부르고 재개한 3피리어드 16분 리건의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지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