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수임료 50억원’ 공방을 벌이는 최모(46·여) 변호사는 2013년 ‘인베스트 사기 사건’ 피고인 송모(40)씨의 항소심 사건도 담당했다. 1심에서 ‘징역 4년’ 실형이 선고된 이 사건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다.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됐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송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1주일 전, 2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에는 또 다른 사기 피해자들의 탄원서가 접수됐다. 이들은 “송씨가 다른 사기로 벌어들인 돈을 ‘인베스트 사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으로 주고 있다”며 “선처해줘선 안 된다”고 탄원했다.
이들은 송씨가 1심 재판 도중 벌인 ‘이숨투자자문’ 사기사건 피해자들이었다. 당시 인베스트 사건 피해자들은 송씨에게 배상금을 받은 뒤 법원에 합의서를 내고 있었다. 이숨 투자자들은 “이 배상금은 송씨의 또 다른 사기 피해자들 돈”이라고 주장했다.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탄원서에 따르면 이숨 피해자들은 ①검찰이 송씨의 ‘이숨 사기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 중인 점 ②송씨 주변 인물들이 도주 중인 점 ③송씨가 사기 전과 5범인 점 ④송씨가 낸 배상금이 또 다른 사기 피해자들의 피해금인 점 등을 언급하며 송씨의 엄벌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숨 사건 피해자 2400여명이 송씨에게 1400여억원의 사기를 당했다. 송씨를 선처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숨 피해자들의 탄원서는 지난해 10월 2일 재판부에 접수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이뤄졌다”며 5일 뒤 송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사건이 항소심에 배당된 건 그해 8월 말이었다. 9월 23일 첫 재판이 열렸고, 선고는 불과 2주 뒤에 이뤄졌다. 검찰과 송씨 측이 항소심에서 별다른 공방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서 1심 재판은 약 1년8개월간 진행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①송씨가 약 7개월간 구금되며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②피해금을 대부분을 돌려줬고, 일부 피해자는 피해액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은 점 등을 들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이 판결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원의 사건 기록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송씨의 항소심 재판을 약 3개월간 담당했다. 이숨투자자문의 ‘바지대표’ 역할을 한 안모씨는 검찰에서 “이숨에서 최 변호사에게 20여억원이 지급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29일 “송씨에게 20억원을 수임료로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20억원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와 분쟁을 벌이는 수임료와 유사한 금액이다. 최 변호사와 송씨의 ‘인베스트 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C부장판사는 같은 지역에 있는 고교 출신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부장판사는 법원을 통해 “증거와 방대한 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정 대표와 최 변호사는 서울 구치소에서 폭행 논란을 일으켰다. 최 변호사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정 대표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 고소장을 접수한 사람은 이숨투자자문의 ‘이사’ 명함을 들고 다닌 이모씨로 알려졌다. 송씨는 지난 4일 이숨의 실질적 대표로 1400억원대 사기 사건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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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9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