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아파트 설 때마다 ‘학군 갈등’

입력 2016-04-29 18:20 수정 2016-04-29 21:51

올해 문을 연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초등학교를 둘러싼 공기가 차갑다. 뉴타운이 생기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근 지역주민끼리 ‘학군 갈등’을 빚고 있다. “5분 거리에 학교를 두고 20분 걸리는 학교로 다니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과 “학생 수가 많으니 다른 아파트 단지는 원래 배정하던 학교로 가라”는 목소리가 날카롭게 부딪히고 있다.

원래 살던 사람들과 뉴타운으로 재개발된 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원주민과 이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감정 대립은 ‘학교 배정’에서 폭발한다. 가재울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재울뉴타운 4구역에 DMC파크뷰자이가 들어서면서 학생 수 증가에 대비해 가재울초도 함께 지어졌다. 가재울초를 중심으로 길 건너에 기존 남가좌현대아이파크가 있고, DMC파크뷰자이 1단지와 2단지가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 그 아래쪽에 남가좌삼성래미안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갈등은 현대·삼성아파트 주민들이 학교 배정을 앞두고 서대문구와 서부교육지원청에 민원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코앞에 새로 지은 초등학교가 있는데 멀리 있는 학교로 배정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기존에 연가초와 북가좌초로 배정되던 현대·삼성아파트의 아이들은 가재울초로 입학하게 됐다. 이 바람에 올해 가재울초등학교 1학년은 291명이나 된다. 근처의 연가초교 1학년 학생 수(179명)보다 100명 이상 많다.

학교 과밀 현상이 빚어지자 자이아파트 주민들은 통학구역에서 현대·삼성아파트를 빼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가재울초 전체 학생은 944명으로 정원(1350명)에 못 미친다. 현재는 1학년만 많다. 자이아파트 주민 A씨는 “계속 인근 아파트에서 신입생이 유입되면 자이아파트 아이들이 가까운 가재울초에 배정받지 못할 수 있다”며 “처음부터 자이아파트 아이들이 입학하기로 했으니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가재울뉴타운4구역의 한 주민은 29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학교 배정 문제가 벌어질 게 뻔한데 구청이나 교육청에서 학교계획을 세우면서 학생 수, 학급 수 등을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이웃끼리 갈등만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학교는 충분하지만 ‘선호 학교’를 놓고 곳곳에서 몸살을 앓는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선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강서2학군 안에서 선호도가 높은 명덕여중, 덕원중, 화곡중 배정을 둘러싸고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기존에 세 학교에는 우장산힐스테이트, 우장산아이파크e편한세상에 사는 학생이 배정됐었다. 그런데 2014년 6월 2603가구가 입주한 강서힐스테이트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같은 강서2학군인데 특정 아파트 단지만 세 학교로 100% 배정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었다.

강서교육지원청은 선호도 높은 세 학교 중 두 곳과 다른 학교 한 곳을 조합해 추첨하는 ‘2+1’ 방식을 중재안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다. 다시 입학철이 되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분쟁이 잦지만 교육지원청은 뾰족한 수가 없다. 학교 자체가 부족하다면 추가로 지으면 되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재개발 등으로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의 학군 체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은애 허경구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