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이여도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 태생적인 동안(童顔)도 있지만 대부분 흡연이나 잦은 햇볕 노출, 식생활 등 생활 습관에 따른 피부 노화가 그 차이를 결정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차이가 유전자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영국 합동 연구팀은 ‘MC1R’이라는 유전자가 사람의 외모를 늙어 보이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 노인 2693명의 사진과 실제 유전자 샘플을 수집한 뒤 영국 직장인 30명에게 조사 대상자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몇 살쯤으로 보이는지 질문했다. 그리고 난 뒤 실제 나이보다 어리거나 많은 것으로 추정된 사람들끼리 분류해 유전적인 특징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MC1R’이라는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과대학의 만프레트 카이세르 박사는 “나이보다 젊거나 늙게 보이도록 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최초”라고 설명했다.
MC1R 유전자는 창백한 피부와 붉은색 머리카락을 생성하게 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또 이 유전자가 코와 입꼬리 사이의 주름을 깊게 만드는 식으로 얼굴 모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유전자에 따라 피부가 창백해지면 태양의 자외선 자극에 취약해져 주름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유전자 한 쌍을 체내에 지닌 사람은 이 유전자를 전혀 지니지 않은 동년배보다 2년은 더 늙어 보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에 함께 참여한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의 데이비드 건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더 오래 동안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동안 노화와 관련해 흡연·식생활 등 후천적인 요인에 관한 연구는 활발했지만 유전적인 요인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었기에 과학계는 이번 연구를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MC1R 유전자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복합적일 수 있으며, 이번 연구에서 노인들의 흡연 여부나 체질량 지수, 피부색 등의 요인들이 얼굴 주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다루지 않은 만큼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童顔의 비결, 유전자에 있었다
입력 2016-04-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