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NYT, 사내 차별 논란에 휩싸여

미국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가 명성과는 달리 사내 직원들에 대해 성(性), 인종, 나이에 따라 차별 대우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에 의해 피소됐다.

NYT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백인 남성에 의해 지배돼온 미국 언론계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NYT 광고국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 어니스틴 그랜트(62)와 마조리 워커(61)는 28일(현지시간) 마크 톰슨(58·사진) NYT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NYT에서 각각 16년과 8년을 근무한 원고 둘은 톰슨이 NYT에 2012년 취임한 이래 성·인종·나이 차별문화를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NYT는 젊고 부유한 백인이라는 ‘이상적인 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젊고 백인이며 부양가족이 없는 ‘이상적인 직원’을 선호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나이 든 흑인과 여성들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또 이에 대해 불평하면 보복성 불이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메러디스 레비언(45) NYT 영업최고책임자(CRO)도 함께 고발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레비언은 부양가족이 없는 젊은 백인을 ‘신선한 인물(fresh face)’이라며 선호했다. 또 “우리는 우리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보여야 한다”면서 “우리 판매팀은 이렇게 보여선 안 된다”는 등 인종차별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여성들의 변호를 맡은 더글러스 H 위그도어 변호사는 “진보적 관점을 지녔다고 자처하는 언론사에서 성실하고 헌신적으로 일한 이들에게 차별적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단소송의 원고는 약 50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29일자 지면에 반박 성명을 게재했다. NYT는 “이번 고소는 새로울 것 없는 상스럽고 비겁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NYT의 근무환경을 완전히 왜곡했으며 톰슨과 레비언이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 진보 언론의 맏형 격인 NYT는 이번 사태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진보지인 가디언은 이번 소송이 미국 미디어 업계가 그동안 사회의 다양성을 사내문화로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4년 미국 여성미디어센터(WMC) 조사 결과 NYT는 미 10대 신문사 중 여성 기자가 가장 적었다. 전체 기사의 69%는 남성 기자가 작성했고, 오피니언면 필자의 75%도 남성이었다.

톰슨은 BBC 사장이던 2011년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톰슨은 BBC1 채널의 간판 환경 프로그램 컨트리파일(Countryfile)의 진행을 맡은 미리엄 오렐리(58) 등 40, 50대 여성 MC 4명을 물러나게 해 나이 많은 여성을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BBC를 상대로 소송을 건 오렐리는 연령 차별을 받은 점을 인정받아 부분승소했다. 당시 톰슨은 “BBC에 경종을 울릴 중요한 사건”이라며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