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5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핵폐기천만인서명운동본부는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북핵 폐기가 필수적이라 보고 10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서명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기독 예비역 장성들을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나 북핵 무력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참석자
김영관 장로(공동대표회장·전 대한민국성우회 회장)
박환인 장로(공동대표·전 해병대 부사령관)
이정린 장로(집행위원장·전 국방부 차관)
-북핵폐기천만인서명운동은 어떻게 시작됐나.
△김영관 장로=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는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 24일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한국교회의 98%를 아우르는 개신교 성도 1만명이 시청 앞에 모여 북핵 폐기를 촉구했다. 이후 대한민국성우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등과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단체들은 2월 29일 ‘북핵폐기천만인서명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전국 각지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정린 장로=이명박 정부에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려 할 때도 우리는 10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해 강력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상황과 연계해 한미연합사를 유지하도록 오바마 대통령과 합의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박환인 장로=박 대통령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이끌어 냈다. 이는 잘한 일이다. 지금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비상상황이다.
-북핵을 저지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이 장로=대한민국은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정책을 추구해 북한이 핵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를 사실상 쓸모없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1992년 남북이 발표했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이미 폐기되었음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 보장’을 약속해주고 한국의 핵개발을 억제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원폭을 넘어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핵우산 보장’이라는 약속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김 장로=미국의 핵우산 보장을 조약 형태로 전환해 전술핵의 재배치, 미국 핵잠수함의 한반도 해역 상시 배치로 구체화해야 한다. 전술핵이 배치될 때 유럽에 배치된 전술핵처럼 전술핵의 공동관리와 전술핵 사용 결정에 우리도 참여하는 통제권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확실한 ‘공포의 균형’이 가능하고 북핵이 무력화돼 북핵 폐기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박 장로=중국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북핵을 폐기시키지 않으면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 핵위협에 대한 필수적 정당방어 조치임을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에 납득시키고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북핵폐기천만인서명운동본부도 미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 정부를 상대로 민간 외교를 펼칠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협정은 무엇인 문제인가.
△이 장로=중국을 등에 업고 북핵 제재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북한의 노림수다. 우리는 평화협정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해 준다고 생각지 않는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한반도 비핵화협정 이후부터다. 북한은 자신들의 말처럼 ‘하늘이 무너져도’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통해 노리는 것은 핵무기 동결과 미군철수 뿐이다.
△박 장로=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 주한미군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만에 하나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군철수는 있을 수 없다. 한국이 배제된 채 미국과 북한 사이에 평화협정 논의가 진행되는 것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협정이 거론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북핵 문제의 실체와 인권탄압의 실상을 알리는 등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장로=핵안보정상회의에서 각 나라 정상들에게 북핵 폐기를 위해 더 단호한 경제 제재 조치를 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끝내 북핵을 폐기시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자위권과 생존을 위해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을 진정시킬 수 없음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김 장로=국제사회에 북한 인권문제를 강하게 부각시키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촉구해야 한다. 한국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북한 주민은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사는데 남한의 평화만 보장되면 모든 게 해결되는가. 이제 그만 남한만을 위한 이기적인 평화는 내려놓자.
-서명이 갖는 실효성은.
△이 장로=과거 한미연합사 해체를 반대하며 4년간 100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당시 500만명의 서명을 받았을 때 미국 상원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은 국민의 의사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어떻게 500만명 이상 서명을 받을 수 있는지, 국민 의식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한미 양국의 논의에 따라 한미연합사는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박 장로=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은 북핵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당사자인 한국은 정쟁에 빠져 북핵 문제에 귀를 막고 있다. 남한이 1990년대 이후 비핵화와 평화적 협력에 나선 결과가 무엇인가. 결국 북한은 뒤에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과거 재래식 무기만 있을 때는 남한의 군사력이 우세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순간 균형은 깨졌다.
△김 장로=인류 역사상 한 나라와 다른 나라가 대등한 위치에서 평화적으로 합쳐진 경우는 없다. 기업 경영권을 두고도 형제 간에 치열하게 싸우는 게 인간의 심리다. 그런데 어떻게 기득권층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국가와 다른 국가가 대등한 관계에서 통일이 되겠나. 통독 과정을 보라. 동독이 무너졌기 때문에 통일이 된 것이다.
-교회에서 북핵 폐기 1000만인 서명을 받는 방법은 무엇인가.
△박 장로=제공된 동영상을 주일예배 때 상영하고 담임목사님이 성도들의 서명 참여를 적극 독려하면 된다. 각 교구에 공문으로 내려 지·구역별로 전원 서명을 받는다. 각 성도에게 서명용지 1매씩 분배하여 가족과 친지에게 서명을 받아 제출토록 한다. 각 교구는 지·구역별로 성도수를 참조해 목표인원을 설정한 뒤 적극 추진한다. 6개월 단위로 서명 누락자 및 교회 신규 등록자에 대한 서명을 받으면 된다.
△김 장로=그동안 교회에서 여러 가지 서명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서명운동은 한민족이 존망의 위기에서 벗어나 복음에 의한 평화통일의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꼭 1000만인 서명의 목표를 달성해야겠다.
△이 장로=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 국민은 일치단결해 북핵 폐기 범국민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국방부 차관 시절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부장관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그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해외 자본이 머무를 수 없다. 안보가 불안해지면 해외 자본은 물밀 듯 빠져나간다. 한국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3628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지만 안보가 불안해지면 모두 날아가게 돼 있다. 여야는 북핵 폐기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좌담] “북핵 폐기 없이 한반도 평화 불가능… 서명운동 동참을”
입력 2016-05-01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