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친박… ‘원내대표 합의추대론’ 흔들

입력 2016-04-29 18:01 수정 2016-04-29 21:13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원내대표 선출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국회 원유철 원내대표실에 들어서고 있다. 정진석 당선인도 이날 같은 논의를 위해 원 원내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전날 유기준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왼쪽부터). 뉴시스

친박(친박근혜)계의 구심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새누리당 자중지란(自中之亂)도 심화되고 있다. ‘친박계의 자기 장사’ 비판에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까지 내비쳤지만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유기준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이 다시 제기됐지만 힘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최 의원 측근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 출마 만류가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작전상 후퇴’라는 시각에 대해 “최 의원은 ‘(당대표직에) 마음을 비운 지 오래다. 등 떠밀어도 나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 출마를 제지하고 나선 게 “당권 도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지적이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으로 제기되자 ‘자숙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전당대회 불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유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는 대통령 뜻과 아무런 관련 없는 출마”라며 “새누리당에 이런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총선 공천 때와 같은 내홍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자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출마 후보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 정진석 당선인과 잇따라 만나 합의추대 방식을 권유했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경선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차원에서 가급적 김재경 의원이 말한 것처럼 출마 희망자들이 (합의추대) 마음을 모아 결정해주면 제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두 인사 모두 합의추대 필요성엔 공감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한 명이라도 경선을 하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있으면 사실상 합의추대는 힘들지 않겠냐”며 성사 가능성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유 의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공복을 선출할 때 경선을 거치는 것 아니냐”며 “그것을 싸움으로 판단하고 계파 갈등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합의추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그는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일이 없다”며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내부에선 적극적 만류에도 유 의원이 여전히 경선 출마에 나서기로 하자 불쾌감 속에 당내 선거 등에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겠다는 기류도 읽힌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청와대와는 소통 또는 교감이 없었으면서도 이른바 ‘박심(朴心)’이라는 점을 앞세워 행동하는 사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계 이학재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박 핵심 유기준 의원,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 얘기하는데 친박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대통령하고 실제 가까운 사람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것들이 자기 개인의 입신, 출세를 위해 활용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장희 남혁상 김경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