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의무설치 대상 사업장의 절반 가량이 이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대상인 전국 1143곳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까지 47.1%인 538개 사업장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고, 민간 어린이집 위탁 등 대체 수단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적용 대상의 절반이 안 지키는 법을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500인 이상,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단독 또는 다른 사업장과 공동 운영하거나 여의치 않을 때엔 지역의 다른 어린이집에 위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들은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비용 부담도 크고, 수요 예측이 어렵다며 이 의무를 기피하고 있다. 복지부는 위반 사업장 가운데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넥센, 신세계 조선호텔, 쌍용자동차, 미래에셋증권 등 178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해 법이 바뀌어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1년에 최대 2회, 1회 1억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20억원 이상 드는 어린이집 설치비와 연간 2억원가량의 운영비에 비해 최대 15억원인 정부 지원금을 감안하더라도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티는 게 더 득이라고 계산할 수 있다.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행강제금은 근로자의 영유아 자녀가 100명인 경우 5655만원, 50명인 경우 2827만원 수준이다. 게다가 르노삼성자동차, 건국대학교 등 146곳은 조사에 응하지도 않았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제도는 고질적인 저출산과 여성의 경력단절을 완화하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도 효과적인 정책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종업원의 애사심과 노동 의욕을 북돋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더 이상 권고사항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법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
[사설] 직장어린이집 의무 위반 제재수위 너무 낮다
입력 2016-04-29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