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는 많은 산악인에게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같은 곳이다.
그러나 아무나 그곳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헬리콥터를 타고 에베레스트 상공에서 고봉설산(高峰雪山)을 구경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네팔 현지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헬기들이 대부분 무허가일 뿐만 아니라 헬기 날개바람으로 인한 진동이 대형 눈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헬기 관광의 인기가 늘면서 최근 이 일대에서 헬기를 운영하는 회사는 6개로 늘었다. 이들이 동원하는 헬기만 총 20대다. 문제는 헬기로 인한 눈사태 우려다. 셰르파(등반 가이드)인 파상 카지는 BBC에 “헬기 날개 회전에 따른 진동이 빙하나 눈 더미에 균열을 일으켜 눈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헬기 관광이 우리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헬기 회사들은 합법적인 승인을 받아 산사태 우려가 낮은 쿰부 빙하 쪽 상공으로만 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헬기관광운영협회도 “산악 지역에서는 고도 1㎞ 이상 높은 곳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헬기 진동으로 눈사태를 일으킬 위험은 없다”고 덧붙였다.
헬기 관광의 위험에 대한 BBC의 취재가 시작되자 네팔 민항당국(CAAN)은 헬기 회사들에 해발 5364m 높이의 베이스캠프보다 높은 지역까지 관광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들은 베이스캠프보다 높은 지역에서 여전히 헬기 관광이 자주 이뤄지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에베레스트에 헬기 관광 급증, 진동으로 대형 눈사태 유발 우려
입력 2016-04-29 18:10 수정 2016-04-29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