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에서 희한한 요구를 했다. ‘자동승진제’와 ‘승진거부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전자는 근무연한을 채우면 사원에서 대리로 자동 진급시키라는 것이고 후자는 대리에서 과장 승진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노조는 지난 2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임금인상안을 확정하면서 별도 요구안에 이런 조항을 넣었다. 대리까지는 승진 혜택을 누리되 조합원 자격이 없어지는 과장이 되면 연봉제 적용을 받는 데다 인사고과 압박과 고용 불안에 직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다. 노조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기에 승진보다 조합원 신분 유지에 골몰하는지를 드러낸 극단적 사례다. 귀족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조에서나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노조는 이전에도 연구직 조합원이 책임연구원이 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연구직제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으나 사측에 의해 거부된 바 있다. 2012년에는 일반·연구직 가운데 176명이 생산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다른 회사에서는 꺼리는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생산직이 되면 조합원 신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진하지 않아도 정년 보장에 자동 호봉승급이 이뤄져 임금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상식을 뛰어넘는 노조의 구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리 현대차가 노조천국이라지만 인사권까지 노조가 자의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하니 그동안의 노사관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은 곧 닥칠 기업 구조조정의 진앙지다. 대량 해고 등 후폭풍이 가장 거센 곳이다. 이 와중에 자신들의 안위만 공고히 하려는 노조의 이기적 행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다. 당장 철회해야 한다.
[사설] 현대차 노조, 승진 거부권 요구 당장 철회하라
입력 2016-04-29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