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화신… 개XX” VS “트럼프 같은 사람”

입력 2016-04-29 18:08 수정 2016-04-29 21:18

미국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이 대선 주자들의 인물평을 하면서 유독 같은 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육두문자를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스탠퍼드대 교내 신문 스탠퍼드 데일리에 따르면 베이너 전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이 대학 데이비드 케네디 명예교수와 대담하면서 대선 주자들에 관한 평가를 요청받았다.

이에 베이너 전 의장은 크루즈 의원을 ‘악마의 화신(Lucifer in the flesh)’으로 비유하며 그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베이너 전 의장은 “나는 거의 모든 사람과 잘 지내지만 내 평생 그보다 더 심한 개XX(son of a bitch)와 같이 일해 본 적이 없다”고 육두문자를 날렸다.

이 소식을 들은 크루즈 의원은 “베이너야말로 트럼프 같은 사람”이라며 발끈했다. 크루즈 의원은 2013년 베이너 당시 의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내 강경파를 이끌고 예산 법안 통과를 저지시켜 13일간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업무정지)을 주도한 악연이 있다.

반면 베이너 전 의장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해서는 “여러 해 전부터 함께 골프를 쳐 왔으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우호적으로 얘기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럴 경우 트럼프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너 전 의장의 발언 이후 공화당 의원들의 트럼프에 대한 공개 지지가 이어졌다.

빌 슈스터 하원 교통인프라위원장과 제프 밀러 하원 재향군인위원장은 28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연방의원은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수장을 맡은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트럼프 지지는 주류 진영의 ‘반(反)트럼프 전선’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주류 진영은 여전히 트럼프의 과반 확보를 저지한 뒤 결선투표 형식의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를 열어 트럼프를 낙마시킨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