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힘으로 남을 압도하는 군림(君臨)

입력 2016-04-29 17:34

‘군림(君臨)’은 원래 ‘임금으로서 나라를 다스려 거느리다’라는 말입니다. 의미가 넓어져 어떤 분야에서 절대적인 세력을 가지고 남을 압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입니다. ‘약자에 군림하다’ ‘국민들의 억압자로 군림하다’처럼 지위 등을 이용해 위세를 부린다는 부정적인 말맛을 가집니다.

임금을 뜻하는 ‘君’은 손( )에 창 같은 무기( )를 들고 입(口)으로 명령하는 모양의 글자이고, ‘臨’은 높은 곳에서 신하(臣)들에게 큰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위력(威力)으로 질서가 유지되던 때의 얘기지요.

군림은 상대를 깔보거나 억눌러 부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지요. 우두머리 되는 사람이 군림을 하면 그 조직이나 국가는 안으로 썩게 됩니다. 바른말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인데, 지도자가 충언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도 큰일이지만 군림으로 인해 바른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가 더 큰 문제입니다.

우두머리가 무슨 말을 하면 받아 적는 데만 열심인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군림이 부른 치명적 폐해이지요. 받아 적을 수밖에 없게 만든 지도자의 잘못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받아 적기만 하는 부류는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람으로 봐도 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집단의 내일이 있을까요.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