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하나로’ 백강수(63·순복음강남교회 장로) 대표변호사는 지난 7일 오후 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평소 교회 외국인예배부에 다니는 케냐 유학생 빌립(36·안양대 신학과)이었다.
빌립은 나이지리아 출신 로렌스(33·대한신학대학원대 신학과)라는 친구가 이날 오전 달려드는 개들을 피하다가 그만 계단에서 굴러 다리를 크게 다쳤다고 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로렌스는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요청했고, 인근 병원으로 가서 깁스 등 응급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로렌스는 돈이 없어 더 치료를 받지 못했다.
빌립은 백 변호사에게 친구 로렌스가 다리를 다쳐 경기도 평택 하숙집에 꼼짝 못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백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보니 로렌스는 밤새 신음하고 있었다. 몇 번의 통화 목소리에서 그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백 변호사는 이국땅 하숙집에 홀로 남은 로렌스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빌립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
“아프리카에서 함께 온 내 친구 로렌스를 도와주세요.”
문제는 치료비였다. 로렌스는 한국에 온 지 보름밖에 안 돼 보험을 들지 않은 상태였다. 딱한 사정을 자세히 들은 백 변호사는 로렌스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병원을 알아보다 6년간 봉사활동을 함께한 이우태(55) 서울현대병원장이 생각났다. 이 원장에게 곧바로 전화했다. 로렌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수술비를 부담할 테니 최소비용으로 수술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이 원장은 “다문화가정 지원은 우리가 당연히 할 일이니 무료로 치료해주겠다”고 했다.
이제 로렌스를 서울로 이송하는 문제가 남았다. 마침 그날 저녁 김성용 서울 강동경찰서장, 다문화가정과 공연을 함께 관람한 뒤 로렌스의 이송을 부탁했다. 김 서장은 흔쾌히 승낙했다.
다음날 아침 강동경찰서 외사팀이 로렌스의 이송을 위해 출동했고 오후 3시쯤 이 원장의 병원에 도착했다. 접합수술 전문가인 이 원장은 무릎뼈 접합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로렌스는 무릎에 철심을 박았고 현재 입원 중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로렌스가 재학 중인 대한신학대학원대 총무팀이 서울현대병원에 연락을 해 왔다. 대학 측은 보험이 없는 로렌스의 치료비가 걱정이라고 했다. 병원 총무팀 이 로렌스가 일반 환자인줄 알고 학교에 전화를 걸어 치료비가 600만원 이상 든다고 설명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치료비가 드는지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이 원장님께 너무 부담을 드려 감사함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전화를 다시 드렸지요.”
적지 않은 수술비로 수심이 가득했던 로렌스와 아프리카 친구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렇게 ‘선한 사마리아인’ 강동 경찰과 의료진, 변호사 등의 도움으로 외국인 나그네 로렌스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7일 병원에서 만난 로렌스는“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강동 경찰, 의사, 간호사님들 감사”를 여러 차례 외쳤다. 이어 “당신들은 제가 이 땅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며 연신 고마워했다.
순복음강남교회는 로렌스의 빠른 치료를 위해 위로금을 모금하고 있다. 입원 중인 로렌스의 학업을 다음 학기로 연기해 달라고 학교 측에 부탁했다. 외국인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잘 양육해 다시 고향에 선교사로 역(逆)파송할 방침이다.
백 변호사는 “다문화시대 200만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들이 이 땅에 빨리 정착해 우리나라 발전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따뜻한 관심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나이지리아 유학생 구하기’ 경찰 의사 변호사 선한 사마리아인이 있었다
입력 2016-04-29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