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동… 대기업 의존은 한계

입력 2016-04-28 17:53 수정 2016-04-28 21:52
그래픽=전진이 기자

정부가 28일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수출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바꾸는 한국판 '4차 산업혁명'의 큰 틀을 제시했다. 세제·예산·금융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10여개 핵심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선진국의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한계가 드러난 대기업 위주 성장 전략과 전통적인 세제·재정지원 방안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뛰어든 정부=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의 핵심은 건설·조선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제조업과 휴대폰 등 정보기술(IT)업이었다. 그러나 중후장대 산업은 구조조정 대상이 됐고, IT산업은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기존 신산업 육성 방안을 정비, 강화하겠다는 게 이번 산업개혁 방안의 핵심이다. 사물인터넷(loT) 등 신기술과 제조업 융합을 뜻하는 4차 산업혁명에 집중하는 세계경제의 추세에 한국도 뒤떨어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조조정으로 환부를 도려낸 자리에 새살이 돋도록 하는 게 산업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시작은 선택과 집중이다. 현재 20∼30개로 중구난방인 정부 지원 대상 신산업 범위를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등 10개 안팎으로 줄인다.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안에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최고 수준의 세제 혜택, 정부가 투자 리스크를 우선 부담하는 재정 지원, 규제 프리존을 통한 규제 철폐 등을 모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낙수효과에 기댄 구조 여전=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과거의 정책 프레임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과거처럼 정부가 통상적으로 어떤 산업을 선정해 몇 조원 지원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원 방안을 살펴보면 과거 정책 프레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R&D 투자 세제 지원 강화, 정부 주도 펀드 구성 등은 과거 신산업 육성책에서도 단골 메뉴였다. 대기업 위주 지원책도 정부가 강조하는 발상의 전환과 거리가 멀다. 현행 신성장 산업 R&D 투자 세액공제율은 중소기업 30%, 중견·대기업 20%인데 중소기업은 그대로 놔둔 채 중견·대기업만 최대 30%로 올리는 것을 정부는 "최고 수준의 세제 혜택"이라고 표현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국 신산업 투자는 상위 20개 대기업이 하기 마련"이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 투자가 중소기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낙수(落水)효과(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늘리면 그 혜택이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이론)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좀처럼 실현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쌓여갔지만 대·중소기업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속도전에 치우친 나머지 중소기업 지원과 새로운 창업 활성화 등 밑에서부터의 성장동력 확충 방안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